152. 고통을 함부로 청하시면 안돼요. (1987년
2월 14일)
자은도 공소에서 피정이 끝난 뒤 한 자매님이 공소에 머물고 있는 나를 찾아왔다.
나는 고통 중이었기에 그를 만나지 못했는데 내가 누워 있는 방 밖에서 큰소리로 "율리아씨, 율리아씨!
저에게도 율리아씨의 고통을 좀 나누어주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자매님! 고통을 함부로 청하시면 안돼요.
만약에 주님께서 자매님의 청을 들어 주시어 고통을 허락하셨을 때 자매님이 혹시라도 그 고통을 받지
못하시고 다시 거두어 가 주시라고 청한다면 주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시겠어요"
"율리아씨! 저를 어떻게 보고 그렇게 말하시는 거예요?
저는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 하고 볼멘 소리로 말하기에
"자매님! 죄송해요. 고통을 청했다가 막상 고통을 허락하시면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여 나중에는
원망까지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랍니다"
그 자매님은 더욱 큰 소리로 버럭 화를 내면서 "아니, 나를 감히 그런 사람들에게 비교하다니요. 정말
기분 나쁘네요" 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극심한 고통으로 방에 누워 몸부림치면서도 그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않기 위하여 방문을
닫아걸고 있었는데 화가 난 그 자매님을 달래주기 위하여 할 수 없이 방으로 불러 들여서 고통에 대하여 한참을 설명해 준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그 자매님이 배를 움켜쥐고 뛰어 들어오더니 "율리아씨! 나 좀 고쳐주시오.
배가 뒤틀려서 죽을 지경이에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아니, 자매님, 자매님이 고통을 달라고 청하셨잖아요"
"그래도 나 지금 배가 너무 아프니 어서 기도 좀 해 주시오.
주님은 왜 나에게 이런 아픔을 주시는지. 음… 아이고 어머니 나 죽네. 아이고 어머니 나 죽어!"
하였다.
우리는 성모님께 의탁하면서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했더니 잠시 후 그 자매님의 통증이
사라졌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배를 움켜잡고 뛰던 그 자매님은 건강을 되찾자 이제는 자기 집이 어렵다느니,
남편이 자기를 무시한다느니, 자녀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느니 등등 여러 가지 넋두리들을 늘어놓고서 "율리아씨, 기도 좀 많이 해 주시오.
율리아씨만이 내가 받는 어려움 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부탁하니 꼭 좀 나를 잊지 말고 기억했다가 기도 좀 해 주시오"
하였다.
나는 너무나 당혹스러워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아니 자매님, 어제는 그렇게도 자신 있게 고통을 청하시더니 오늘은 웬일이세요? 그래서 제가 고통은
함부로 청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 거예요" 했더니 "율리아씨, 나는 율리아씨가 받는 그런 고통을 받고 싶어했지요. 다른 고통은 받기 싫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두통이나 타박상이나 찰과상 같은 작은 것들도 아름답게 봉헌하기는커녕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원망만 하고 있으니 주님과 성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하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어 오열을 금치
못했다.
"오, 내 사랑, 나의 님이시여!
이런 모습을 과연 무엇이라고 해야 되옵니까?
당신은 매일 십자가에서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피흘리고 계시건만 이 세상 사람들은 고통을 달라고 했으면서도
조그만 고통이 와도 봉헌하기는커녕 원망하기에 주님과 성모님의 찢긴 성심이 기워질 사이 없이 계속 찢기고 있군요.
부족하지만 이 죄녀가 받는 고통을 통해서 찢긴 성심을 조금이라도
기워드리고자 하오니 세상 자녀들 때문에 흘리시는 눈물을 거두시고 잠시라도 위로 받으시기 원합니다."
"그래 그래, 내 사랑, 내 작은 영혼아!
메마름의 이 세상에 그래도 너와 같은 영혼이 있어 나와 내
어머니는 몹시 흡족하여 위로를 받고 있으니 울지 말아라.
매일 매순간 내 어머니와 나의 찢긴 성심을 기워주기 위함과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전심 전력을 다해 바치는 생활의 기도는 바로 나와 내 어머니에게 큰 위로가 되며 너희에게는 공로가 된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라.
그리고 생활의 기도는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할 수 있는 구원의
기도임을 명심하고 많은 영혼들이 죄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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