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책을 내면서

추천의 글  

목차 1   

목차 2      

목차 3    

 

 

 


151. 낙태는 살인이기에 남자도 동반 살인자다.
       (1987년 9월 11일)

       

 수강아파트 301호에 우시는 성모님을 모시고 302호에서는 살림을 했다.

밥을 먹기 위하여 302호에 잠깐 들렀는데 갑자기 뭔가에 이끌리듯 밥상을 제쳐놓고 밖으로 나왔다.

바로 그때 어떤 할아버지가 301호에서 나오시기에

"왜 그냥 가세요?" 했더니 "바쁘니까 우시는 성모님 상만 보고 그냥 갑니다." "그럼 조금도 시간이 없으세요?" "왜요?" "이야기 조금만 듣고 가시면 안돼요?" "그러면 그럽시다" 하여 나는 301호와 302호 중간 지점에 서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내 입에서는 거침없이 낙태에 대한 말이 막 쏟아져 나와 나도 깜짝 놀랐다.

나는 말을 하면서도 '이렇게 연세 드신 할아버지께서 무슨 낙태 수술을 하시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가기는 했는데 내 입에서는 낙태에 대한 말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낙태는 잠시잠깐 떼어내는 핏덩어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고귀한 생명을 죽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낙태는 살인입니다.

그런데도 흔히들 고해성사는 여자만 봐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여자 혼자만 알고 낙태를 했다면 남자는 죄가 되지 않겠지만 그러나 타협해서 하거나 묵인 또는 남자의 강요에 의해서 낙태를 했다면 그것은 바로 동반 살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고해성사도 보지 않고 전혀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지내고 있으니 바로 살인죄, 모고해, 모령성체로써 주님께 더 큰 아픔을 드리는 것입니다" 하고 거침없이 말을 하다가 돌연

'아니,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이분에게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민망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는데 그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탁 치시면서 큰소리로

"왔따메!" 하고 소리 치시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랐다.

"바로 그거야. 나 정말 여기 잘 왔네, 정말 잘 왔어.

이 세상 남자들 중 낙태 안한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구먼.

그런데도 여자들이 낙태하니까 전혀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돈으로만 해결해 버리지.

허허, 세상에 이런 이야기를 또 어디에서 들을 수 있겠나. 정말로 하느님께서는 현존하시고 성모님도 살아 계심이 분명하네, 분명해.

다른 형제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꼭 좀 들려주게나.

아이고 나는 오늘 너무나 좋은 선물을 자매로부터 받아 가지고 가네.

사실 나도 낙태 수술을 많이 시켰네. 그런데도 이 나이 먹도록 죄가 된다는 생각은 전혀 해 본적도 없었는데 아이고 참말로 오늘 자매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중에 죽어 뜨거운 연옥 불에서 보속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꼬.

정말로 고맙네, 고마워. 그리고 다시 한번 부탁이네만 부디 다른 형제들에게도 꼭 좀 전해주어 보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나" 하시면서 내 손을 꼭 잡고 연신 고맙다며 눈물까지 글썽이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께서 은총으로 받아들이셨다면 그것은 주님과 성모님께서 하시는 것이고요. 좋은 선물을 받으심도 제가 아니라 좋으신 우리 주님과 성모님께서 주시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모든 영광은 우리 주님께서 받으셔야지요.

그러나 조그만 잘못이라도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율리아가 한 것이니 견책은 율리아가 받아야지요" 했더니

"그래, 모든 영광를 주님께 돌려드리고 모든 잘못은 내 탓으로 돌리는 그 미덕과 겸손함을 배워감도 오늘 내가 받은 은총이니 오늘에서야 비로소 하느님을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최고의 선물까지 받아가니 기쁘기 그지없네. 내 나이가 올해로 여든 두 살인데 앞으로 언제 또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초라한 것 같으나 하늘의 보물이 담겨져 있는 이곳을 또다시 찾아오도록 노력하겠네.

율리아! 우리 기도 중에 만나세" 라고 하시면서 그 할아버지는 내가 드린 메시지 책자를 들고 환한 웃음을 지으시며 떠나셨다.

그 이후로 그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지만 다시 볼 수 없었다.

"오, 사랑 자체이시며 바람과도 같이 불과도 같이

제 인생의 주인이 되어오신 나의 님이시여!

당신께서 오늘 그 할아버지에게 구원의 빛나는 옷을

입혀 주시기 위하여 우리의 만남을 친히 주선해 주셨군요.

이제까지 인간 관계를 통하여 그토록 아름답게 받아들이시고

수용하신 분은 처음 봤어요. 당신도 기쁘시지요?"

 

"그래, 기쁘고 말고, 너와 같이 단순한 작은 영혼이 있기에

그도 작아질 수 있었던 것이란다."

 

"오, 나의 주님! 저는 오직 당신 안에서만 숨쉴 수 있음이오니

저의 것은 아무것도 없나이다.

하오니 님이시여!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아니 당신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부족한 저희들이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고 이끌어 주면서 행한 모든 일들이 주님께 영광 돌려 드릴 수 있는 좋은 결실로 맺어지기만을 바라나이다. 그대로 이루어주소서."

 

"오, 나의 사랑, 내 귀여운 딸아!

어두운 밤이 있기에 밝은 태양의 고마움을 알고,

나쁜 토양의 땅이 있기에 좋은 토질의 땅의 고마움을 알 수 있듯이 죄악으로 가득찬 이 세상에 너와 같은 작은 영혼이 존재하기에 나와 내 어머니는 타는 갈증이 해소될 수 있단다."

 

"오, 나의 사랑 나의 영원하신 님이시여!

부족하고 보잘 것 없사오나 주님과 성모님의 타는 갈증이

해소되올 수만 있다면 제가 무엇을 못하오리이까.

부족하오나 제 중심에 당신만이 거처하실 수 있도록 비우고 또 비워 매순간 생활의 기도로써 가물거리던 사랑의 불씨에 풍요로운 섶을 가해 더욱 사랑의 힘을 발휘하겠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