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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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주님의 오상을 묵상하면서 받은 사랑
     (1987년 7월 28일 새벽)

 

새벽 4시경 '따르르릉' 하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가족들이 깰까봐 얼른 전화를 받았더니 성남과 수원에서 대형버스 두 대가 왔는데 어떻게 찾아가면 되느냐고 묻는 전화였다.

"거기가 어디예요?" 했더니 "나주병원 앞이에요." 해서 나주에 살면서도 나주 지리에 익숙해 있지 않던 나는 "나주 병원이 어딘 데요?" 했더니 의외라는 듯이 "예-? 아, 우리한테 나주 병원이 어디냐고 물으면 어떻게 해요?" 하고 되묻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아차, 그렇지' 하며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나주 지리도 잘 몰라요. 거기에 계시면 제가 택시 타고 나갈게요" 하고 말한 뒤 곧바로 택시를 불러 타고 나주병원 앞으로 가서 순례자들을 인솔해 왔다.

그들에게 "나주에서 20년 이상을 살았지만 볼일만 잠깐씩보고 들어 왔고 길을 갈 때에도 땅만 내려다보고 다녔기 때문에 어디가 어딘 지를 아직도 잘 몰라요" 하고 말하자 모두들 웃고 말았다.

수강 아파트 301호에서 우시는 성모님을 모시고 있을 때였는데 순례자들은 우선 성모님 뵙는 것이 급하여 모두들 신발들을 그냥 벗어 놓은 채 들어갔기에 순례자들의 신발을 생활의 기도로 봉헌하며 신발장에 일일이 넣다가 신발장 모서리에 삐죽 튀어 나와있는 쇠붙이에다가 그만 손을 크게 다쳤다.

손을 다치는 순간에는 피가 안 나는가 싶었는데 뼈가 다 보일 정도로 깊이 베여진 5cm 정도의 상처에서 많은 피가 흘러 나왔다.

모두들 깜짝 놀라 "아이고 이거 큰일났네! 빨리 병원에 가서 꿰매야 되요" 하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나를 밀어댔다.

그래서 나는 신자가 운영하는 가까운 외과 병원을 찾았다.

숙직하던 직원이 자다 말고 나와서 마취도 하지 않은 채 그냥 꿰맸는데 어찌나 아프던지 눈에서 눈물이 날 정도였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주님의 오상을 묵상하며 그 아픔들을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기쁘게 바쳤다.

꿰매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피가 많이 나왔는데 그 피를 받기 위하여 가져다 놓은 쇠로 된 깊은 용기에 피가 거의 하나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꿰맨 곳을 보았더니 듬성듬성 크게 세 바늘 꿰매 놓았다.

내가 중간에 두 바늘 더 꿰매 달라고 했더니 놀란 듯이 왜 그러느냐고 묻기에 예수님의 오상을 묵상하기 위해서라고 했더니 그렇게 해 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에 꿰맨 세 바늘은 느슨하게 꿰매었는데 나중에 내가 부탁해서 꿰맨 두 바늘은 마치 팽팽하게 잡아당겨 아주 단단하게 꿰매 놓았기에 꿰맨 자리 사이사이로 피부가 들쭉날쭉 튀어 나와 있었다.

그러자 그는 팽팽하게 꿰매 놓은 것을 조금 느슨하게 해 보겠다고 계속해서 잡아당기니 아픈 것은 고사하고 피가 어찌나 많이 흘러 나왔던지 밑에 받쳐 두었던 쇠로 된 용기에 피가 흘러 넘쳐서 바닥까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두어 시간 정도를 그렇게 무리하던 그가 바닥에 흥건하게 넘쳐흘러 있는 피를 보고서야 깜짝 놀라며 "다 됐으니 이제 그만 합시다"

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날 내 손을 꿰매 준 그 사람은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고 낮에는 병원에서 잡일을 거들다가 밤이면 병원에서 숙직하며 병원을 지키는 그냥 일반 고용원이었다.)

그 날 한 되 가량이나 되는 많은 피를 흘리면서 고통을 받았지만 인류 구원과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피 한 방울 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흘려주신 주님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 나는 그를 주님의 오상을 묵상하게 해 준 도구로 생각하며 그를 매우 고맙게 여겼다.

병원에서 두어 시간을 실랑이하면서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에 집으로 돌아올 때 너무 어지러워서 비틀거리며 여러 번을 넘어졌다.

그러나 그 고통도 기쁘게 봉헌하며 걸어오는 발걸음은 눈물겹도록 행복했다. 그러나 집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지고 말았다.

병원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어 장부도 이미 출근한 뒤였고 아이들도 학교에 간 뒤라 그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도 어지러워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내가 일어나지 못하고 고통 받는 것은 괜찮으나 불원천리 먼 곳을 마다 않고 나주 성모님을 찾아준 순례자들을 돌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기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나 혼자서 일할 때였음)

"오, 내 사랑 나의 주님이시여!

눕더라도 순례자들에게 주님과 성모님을 전하고 눕게 해 주시어요. 먼 곳에서 밤새 달려온 당신의 자녀들이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일이 없게 해 주시어요. 네?"

 

"사랑스러운 내 귀여운 작은 아기야!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바쳐진 그 고통들이 그렇게도 기쁘냐?"

 

"오, 사랑하는 나의 주님이시여!

주님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할 수 있는 이 은총이야말로 저의 감미로움이나이다."

 

"오, 내 사랑, 나의 작은 영혼아!

오직 내 사랑과 결합하기 위한 끝없는 열망으로,

고통이어도 기뻐하는 너의 그 사랑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세속의 권력으로 세상 자녀들을 구속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랑과 결합하여 내 몸에서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흘린 피로 구속했으니 오늘 네가 흘린 그 사랑의 피 값을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사용할 것이다."

 

"오, 나의 사랑, 내 주님이시여!

진심으로 감사하나이다.

부족한 저희들의 가슴속에는 그리스도의 고귀하온 심장이 끊임없이 박동하며, 부족한 저희들의 혈관 속에는 그리스도의 거룩하신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음을 정녕 믿나이다.

당신이 하셨던 그 유업을 부족하고 연약한 저희가 이어 받아서 이 세상을 정화시키고 천국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성령으로 역사 하시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을 외면하기 그 이전으로 돌아가고 이 세상에 아버지 왕국이 이룩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