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책을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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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성경 외에는 어떤 책도 읽을 수 없었다.
       (1991년 12월 28일)

 

언젠가 오기선 신부님께서 "서울에 올 일이 있거든 꼭 한번 들러라" 하고 말씀하신 일이 있었는데 마침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올라가게 되었기에 볼일을 다 마친 뒤 전화를 드렸더니 "어서 오라"고 하시어 신부님 댁으로 갔다.

얼마나 반갑게 맞이해 주시든지 민망할 정도였다.

신부님과 함께 사진촬영도 하고 오랜 시간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눈 뒤 아쉽지만 가야할 시간이 되었기에 신부님 집을 나오려고 하니까 신부님께서 "율리아 이 책 못 봤지?" 하시면서 「성모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아들 사제들에게」라는 책을 나에게 건네 주셨다.

"예, 신부님 보지 못했습니다" 했더니 "그럼 이 책을 좀 읽어봐"

하며 주시기에 나는 "예 신부님 그리 하겠습니다" 하고 그 책을 건네 받았는데 신부님께서는 그 책을 열 권 이상을 더 주시면서

"나머지는 율리아가 주고 싶은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에게 전해줘도 되고 하여튼 그건 율리아가 알아서 해" 하시며 신부님께서 쓰시던 묵주 하나와 함께 사랑의 매듭묵주도 많이 주셨다.

나는 미용실을 운영하던 예비신자 때부터 이미 성령운동과 레지오 봉사 활동 등 무척 바빴기 때문에 줄곧 성경 외에는 다른 책들은 관심조차 두지를 않았었는데 신부님께서 주신 책이 바로 성모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사제들에게 주신 말씀이라 하기에 집에 돌아 온 뒤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 책을 펼쳐 들었는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눈이 바늘로 찌르듯이 심하게 아프고 침침해지면서 단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를 않아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앞이 잘 보였는데 갑자기 잘 보이질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하고 깜짝 놀라며 얼른 고개를 돌려 다른 물체를 바라보았더니 다른 물체는 아주 선명하게 잘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다시 그 책을 보면 역시 눈이 심하게 아프고 앞이 캄캄해지면서 단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를 않아

'어,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성경책을 보았더니 성경 말씀은 너무나도 뚜렷하게 잘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속 시도를 해 보았지만 결국 나는 오기선 신부님께서 주신 그 책을 한 글자도 읽지 못한 채 몇몇 신부님과 다른 분들에게 다 드렸다.

그리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소공녀와 순정 만화책을 읽은 것 외에는 계속해서 바쁜 삶을 살았기에 책을 좋아하고 읽기 위하여 한때 씨름을 한 적도 있었지만 읽은 책에 대한 기억이 별로 나지를 않았다.

나는 재속 프란치스코 3회 종신서약까지 했는데도 프란치스코 성인의 전기조차 읽어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제와 생각하니 내가 주님을 알고 나서 다른 책을 읽지 않고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성경을 가까이 하여라. 성경은 바로 살아 있는 나의 말이니라" 고 하신 주님의 음성을 들은 뒤부터 나는 성경을 예수님으로 생각하고 품에 안고 다니면서 언제나 성경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꿀보다 더 단 맛을 즐길 수 있었고, 마르지 않는 영생의 샘물을 마시며 갈증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책에는 마음이 가지를 않았고 읽을 수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실에 대하여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내왔다.

그러던 중 1990년도부터 파 신부님께서 나에게 반드시 읽어야한다는 단서와 함께 「작은 영혼들에게 주시는 사랑의 메시지」와 성녀 소화 데레사의 자서전과 그에 관한 여러 가지 책들, 그리고 「성모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아들 사제들에게」란 책 등을 보내오셨다.

나는 파신부님 말씀에 순명하기 위하여 아무리 읽어보려고 애를 써 보았으나 오기선 신부님께서 주신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는데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너무나 강조하셨기에 그것은 바로 나에게 매순간 무거운 십자가가 되어 나를 억누르며 압박하는 고통이었다.   

그래서 파 신부님을 도와주고 계시는 박 아녜스 자매님께 이런 사실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더니 그분은 즉시

"오, 율리아 자매님! 주님과 성모님께서는 자매님이 순수하게 메시지만을 받으실 수 있도록 다른 책을 읽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군요. 파 신부님께 솔직히 말씀드리세요"

하여 겨우 용기를 내어 파 신부님께 읽을 수가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파 신부님께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 하시며 또다시 「작은 영혼들에게 주시는 사랑의 메시지」책을 반드시 읽으라고 명령까지 하셨다.

파 신부님의 명령에 순명하기 위하여 나는 또다시 책을 읽어보려고 무진 애를 써 보았지만 역시 단 한 줄도 읽을 수가 없었기에 나중에는 인간적으로 너무 슬퍼졌다.

"오, 나의 주님이시여!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윗사람부터 아랫사람 모두에게 순명하여라. 내가 순명하였듯이 너도 순명하여라' 하셨기에 파 신부님의 명령에 순명하기 위하여 책을 읽어보려고 무진 애를 써보았지만 눈만 더 아프고 침침해서 도저히 볼 수가 없으니 어찌된 일인지요.

박 아녜스 자매님 말씀이 맞는지요? 저는 순명해야 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되지를 않으니 어쩌면 좋아요. 네?"

하고 안타깝고 슬픈 마음에 울고 말았다.

바로 그때 주님의 음성이 조용히 속삭이듯 다정하게 들려왔다.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슬퍼하지 말아라. 그것은 바로 내가 네 영혼의 아주 깊숙한 곳에 은밀히 존재하며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의 성심에서 쏟아져 나온 피와 물로 씻어주어 흠도 티도 구김도 없이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으로 기르기 위한 나의 원의였으니 너의 부족함을 탓하며 울지 말아라.

나는 네가 단순한 어린아기와같이 언제나 나를 따라 순수한 사랑과 희생으로 불타오르는 것을 볼 때마다 잠시라도 세상 죄악과 모든 고통을 잊고 기쁨에 차 오른단다.

그래서 나는 네 영혼에 오직 나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타오르는 사랑만을 접목시켜 나와 내 어머니가 준 메시지를 순수하게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책을 읽지 못하게 한 것이란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는다 한들 영적으로 교만해진다면 그것은 바로 웅덩이에 고여 있는 썩은 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그러니 네가 내 뜻에 「아멘」으로 응답하고 살아 있는 나의 말인 성경만을 가까이 하면서 나와 내 어머니가 너에게 알려준 메시지 안에서 깊이 침잠 한다면 너는 수많은 책을 읽은 것보다도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 설사 너를 이해하지 못하여 비난이 난무한다 할지라도 그런 것들조차도 아름답게 봉헌하며 내 원의에 그대로 따라주기 바란다."   

 

"오 주님! 나의 님이시여!

당신의 위대하심과 거룩하신 모든 업적을 어찌 감히 우리가 측량할 수 있사오리까. 부족하기만한 이 죄녀 당신 뜻대로만 사용하소서.

이제 이 죄녀가 어떤 계획을 세우더라도 오로지 주님의 이름으로 주님께서 직접 세우신 계획이 되어서 주님의 뜻만이 그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래서 부족한 이 죄녀를 통해서 계속 영광 받으시며, 세상 모든 영혼들도 주님께 감사가 마르지 않는 복된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부활하신 당신께서 우리의 인생을 직접 운전하여 주시어 이 세상이 지상 천국이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