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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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희생을 치러야만 하는 크신 사랑 (1992년 12월 15일)

 

어제 필리핀 마닐라 그린벨트 성당에서 성모님의 메시지 말씀을 전했는데 예수님께서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빛을 내려 주셨고 파란 망토를 걸치신 나주 성모님께서는 짙은 장미 향기를 풍기시면서 발현하셨다.

이날 참석한 모든 이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치유기도를 하면서 영가를 부르며 주님과 성모님의 손길로 한 사람 한 사람 어루만져 주시기를 간절히 청했는데 일순간에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주님과 성모님의 놀라운 사랑으로 한순간에 통회로써 울음바다를 이룰 때 발현하신 성모님께서는 장미 꽃잎까지 내려주셨는데 그 날 실제로 싱싱한 장미 꽃잎을 주운 사람들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영적, 내적, 육적으로 치유의 은총을 받았는데 특히 이날 암과 불치병은 물론 병원에서 병명조차도 알지 못하는 희귀한 병마에 시달리며 고통 받던 사람들도 치유되는 놀라운 사랑의 기적이 일어났다.

메시지 전달이 끝난 뒤 우리가 머물던 멀씨댁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미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고 성대한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했지만 그곳에서 새벽 4시가 될 때까지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같이 한 뒤 새벽 5시가 되어서야 귀국하는 짐을 챙겨 공항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14일 메시지 전달 때 주님과 나주 성모님의 현존을 확실하게 체험한 주최측에서 나도 모르게 필리핀 항공의 1등석을 예약해 놓은 것이 아닌가.

그 날 나는 극심한 고통 중에 있었기에 조금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갈 수도 있었겠지만 평소에 나는 택시를 타고 가야할 곳은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고 가야할 곳 중 웬만하면 걸으면서 그 돈을 애긍함에 넣어 모았다가 불우한 이웃을 돕곤 했는데 어찌 일반석보다 두 배나 비싸다는 1등석을 탈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뜻은 고맙지만 절대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정중히 사양했지만 그들은 내가 고통을 받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나를 도와줄 사람을 포함하여 두 장만 1등석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 역시 자기들의 호의를 거절치 말아달라며 통사정을 하였고 나중에는 항공사 부사장까지 나를 기어이 1등석 셋째 줄에 앉혀 놓고 나서야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래, 이들의 호의를 끝내 거절하면서까지 내 뜻만을 관철시킨다면 이 또한 애덕을 거스르는 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결국 내 의지와는 달리 1등석에 앉아 필리핀에서 함께 했던 모든 이들과 나를 위해 배려해 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었다.

'오 내 사랑, 내 님이시여! 당신을 믿고 따름에 끝없이 피어나는 작은 꽃들, 잃은 용기 되찾아 주셨사오니 슬피 울던 입술에 웃음 꽃피워 주셨나이다. 멍든 냉가슴을 어루만지시어 뜨겁게 해 주셨사오니 다시 일어서서 당신께 나아가오리이다.

은총 받은 그들 모두가 어머니 품에 안긴 어린아이처럼 뜨겁고 진한 당신 사랑의 품안에 꼭 안겨서 절대로 멀어지거나 떠나지 말게 해 주소서…' 하고 묵상 중에 있는데 맨 앞쪽에서 두 아이들이 뛰어 놀며 정신 없이 왔다갔다하면서 시끄럽게 했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순간 한 아이가 마치 야구 선수가 공을 던지듯이 무언가를 힘껏 던졌는데 "딱" 하는 큰소리와 함께 나도 모르게 "악" 하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때 내 눈에서는 번쩍하고 불이 나는 듯 했으며 눈이 얼마나 많이 아팠는지 '파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동안 눈을 감싸쥔 채 눈을 뜨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승무원들과 아이의 엄마가 와서 "쏘리, 쏘리"하고 있었고 옆에서 울고 있던 안젤라 자매가 무엇인가를 주기에 받아 보았더니 그것은 크고 딱딱한 사과였다. 바로 그 큰 사과로 눈을 맞은 것이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한쪽 눈을 전혀 뜰 수가 없었지만 그 아픔을 죄인들의 회개와 성직자들의 성화를 위하여 봉헌하면서 안젤라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았더니 오른쪽 눈과 코 위가 퉁퉁 부어 있고 퍼렇게 멍이 들어 전혀 내 모습 같지 않았다.

"오! 오늘도 주님께서 또 큰 사랑을 허락하셨구나. 그 아이와의 만남도 주님께서 허락하신 거야. 그리고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음으로 인하여 그런 일이 생긴거야. 그러니 우리 함께 아름답게 봉헌하자" 하고 말하자 안젤라 자매는 눈도 떠지지 않는 그 심한 고통 중에도 사랑 받는다며 기뻐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기뻐할 수 있어요?" 하고 나를 붙들고 울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뒤 나는 그 아이를 기도해 주기 위하여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뻗치자 아이의 엄마는 내가 아이를 때리려는 줄로 오해하고 깜짝 놀라 비명까지 지르며 아이를 자기의 품에 꼭 끌어안고 감쌌다.

그래서 나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지만 환한 미소를 보내며 십자 성호를 크게 그은 뒤 아이에게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

"오! 사랑하올 내 주님이시여! 이 아이와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에게 주님의 무한하신 사랑으로 축복해 주시고 주님의 도구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손수 주관해 주시고 안배해 주시어서 사제의 길로 인도해 주소서…" 하고 기도해 준 뒤 아이를 꼭 안아주고 뽀뽀해 주었더니 아이의 엄마는 "땡큐, 땡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퉁퉁 부어 전혀 떠지지 않았던 눈이 떠져서 잘 보이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았더니 심하게 퉁퉁 부어 시퍼런 피멍까지 들어 있던 눈과, 콧등이 완전 정상으로 회복되어 있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이 놀라운 광경 앞에 나를 부축해 주던 자매뿐만 아니라 신자인 필리핀 승무원들, 그 아이들의 엄마, 그리고 그 장면을 목격한 모든 이들이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해 하기에 나는 두 손을 하늘로 향하여 치켜들고는 "글로리 비투갓(하느님께 영광), 땡큐 지저스(주님께 감사), 땡큐 마마메리(성모님께 감사)"하고 외쳤더니 모두들 감격에 찬 목소리로 "땡큐, 땡큐"하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는 곧바로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아 묵상을 하는데 감사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내가 탄 좌석은 1등석이었고 그곳은 좀 더 편하고 조용한 가운데 여행을 즐기기 위하여 많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므로 승무원들이 아이들이 그렇게 뛰어 놀도록 절대로 방치할 수 없는 곳이기에 인간적으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오 내 사랑 내 님이시여! 당신은 부족한 이 죄녀를 그리도 많이 사랑하셔서 이렇게 희생을 치러야만 하는 크신 사랑을 베푸시나이까. 당신의 고통을 통한 십자가의 사랑에 동참하기 위하여 아브라함의 굳은 믿음과 모세의 신뢰 심을 가지고 생명의 근원이신 나의 주 나의 님께 영원한 찬미가를 부르리이다."

 

"사랑하는 내 귀여운 작은 영혼아!

많은 이들이 하찮은 것까지도 불평하며 원망하고 있을 때 너는 모든 것을 네 탓으로 돌리면서 희생과 열절한 사랑으로 아름답게 봉헌하고 있으니 내 마음 한량없이 기쁘구나.

네가 힘든 일들을 아름답게 봉헌할 때마다 나는 그것을 가장 아름다운 화관으로 만들어 그 감미로운 향기가 내 옥좌에까지 이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