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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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두 여자 거느리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요.
      (1982년 8월 13일 새벽)



그 날 그 부부가 W자매와 나에게 방을 내 주고 호텔로 떠난 뒤 우리 두 사람은 방 한가운데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계속 하였다.

나는 지난번에 이 바오로 회장님과 함께 W자매의 집에 방문했을 때의 일도 있고 해서 그 뒤의 일이 매우 궁금하여 어찌 되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 대답보다는 오히려 남편에 대한 불만을 더욱 상세하게 이야기 해 주면서 "나는 결혼하여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남편에게 사랑은커녕 정이라고는 느껴보지도 못했으니 그저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사는 부부예요"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남편은 조그만 회사를 하고 있는데 어쩌다 한 번씩 출장을 가요.

늦으면 그냥 밖에서 한끼쯤 사 먹고 들어오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남편은 아무리 늦더라도 꼭 집에 들어와서 밥을 먹으려고만 해요.

그러니 남들 다 잘 시간에 밥상을 차리려니 귀찮지 않겠어요?" 했다.

"그러면 사랑으로 기쁘게 밥을 차려 준 적은 있어요?"

"밤늦게 와서 밥을 차려달라고 하는데 기쁘게 차려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밥 차려 달라며 잠자고 있는 자기를 부엌에 떠메어다 놓으면 낮에 봉사하다보니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재래식 부엌의 흙바닥에서 그대로 잠을 잔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늦을라치면 잠도 자지 않고 애태워 기다리던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남편은 거의 매일같이 통행금지 5분전인 23시 55분이 아니면 통행금지가 풀리는 04시가 조금 넘어서 들어오기가 다반사였고 그 동안 여러 여자를 사귀었는데 심지어는 집에까지 데리고 와서 나와 그 여자를 자기의 양쪽 팔에 눕히고 잠을 자니 그게 무슨 남편이며 사람예요?" 했다.

부부간의 갈등을 충분히 듣고 나서

"그러면 부부관계는 어떻게 하세요?" 하고 물었다.

"짐승만도 못한 그런 사람하고 징그러워서 어떻게 살을 맞댈 수 있대요? 그리고 할 수도 없어요" "왜요?" "아무리 해보려고 노력을 해도 숨이 차고 심장이 막혀서 어떻게 할 수도 없어요"

"자매님! 내가 볼 때는 남편이 W자매를 너무너무 많이 사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질투라도 느끼게 할 요량으로 다른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이고요 .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자매님을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확실해요. 생각해 보세요.

바람을 피우려면 아내 모르게 밖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가 있는데 왜 구태여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오겠어요. 그런데 자매님은 남편을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력조차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설령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 하려고 해도 '이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도 이렇게 했겠지?' 하고 지레 짐작으로 생각해 버리니 몸과 마음이 경직이 되어 심장이 막히는 것 같아 남편과 잠자리도 할 수 없는 거예요. 안 그래요?" "정말 그래요. 잠자리를 같이 하려고 하면 언제나 '다른 여자와도 이랬겠지?' 하는 생각이 나고 그러다 보면 절대로 잠자리를 같이 할 수가 없었어요."

"W자매를 이해는 하지만 부부는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매님! 나는 낮에는 현모양처,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가 되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남편을 좀더 편하게 좀더 기쁘게 해드릴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남편 위주로 살았어요.

매일 매일 다른 모습으로 남편을 대했어요.

하루는 요조숙녀 현모양처로 조신하게, 또 하루는 술집 여자처럼 꾸미고 술도 따라주고, 또 다른 날은 다방 여자처럼, 또 하루는 숨겨놓은 여자로, 또 하루는 어린 소녀처럼, 또 하루는 예쁜 애인으로 만나 주고, 또 하루는 과부처럼 수줍고 부끄럽게, 등등…

이렇게 살면서 술을 좋아하는 남편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하여 담아보지 않은 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단지마다 술을 담아 권해 드렸고 또 음식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찾아서 해주고 하다보니 남편이 눈을 돌리다가도 「내 부인이 최고야」하고 돌아오데요.

자매님, 오늘 내가 한 이야기를 율리아 말로 듣지 말고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내 말대로 좀 해봐요. 응?" 그러자 그녀는

"그래, 말해봐요" 하며 마음을 열기에

"자매님! 피정이 끝나고 집에 가면 내가 시킨 대로 해봐요.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는 시간이 밤12시가 넘더라도 그때까지 잠자지 말고 기다렸다가 남편이 들어오거든 '여보 어서 오세요? 나 피정 잘 다녀왔어요' 하고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 준 뒤 먼저 옷을 벗겨주고 뜨거운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서

'여보! 이제까지 이 못난 아내를 데리고 사느라고 수고했어요. 이 철부지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하고, 또 안마를 해 주면서

'여보, 한 여자 거느리기도 힘드는데 두 여자 거느리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요. 몸보신하도록 내일이라도 당장 보약을 지으러 한의원에 갑시다' 해 보세요"

하고는 잠자리에 들어서는 또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때 주님의 다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사랑하는 내 귀여운 딸아!

죄 중에 있는 불쌍한 이웃이 회개하기만을 갈망하며 바라지 않고 베푸는 너의 그 따스한 사랑은 곧 내 기쁨이요, 즐거움이란다."
 

"오! 나의 주님, 부족한 이 죄녀 경건한 정서로 승화되기를 원하오니 님의 궁전이 되도록 제 마음을 님께 맡겨드리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