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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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결혼 16년 만에 신혼생활 한다는 W자매  (1982년 9월 15일)

 

서울에서 있었던 피정을 마치고 W자매와 헤어진 지 한달 정도

지난 뒤의 일이다.

미용실에서 한참 손님 머리 손질을 하고 있는데 W자매가 들어오더니 내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와 계면쩍은 듯 눈을 살짝 치켜 뜨고 바라보면서 자기의 어깨로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나는 거기 때문에 결혼생활 16년 만에 신혼 생활을 하고 있어, 고마워"

하는 것이 아닌가.(그는 나를 '거기' 라고 지칭했다.)

나는 즉시 '아 일이 잘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는 손님들이 많이 있는데도 서슴치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가 거기와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가서 그 날밤 거기가 시킨 대로했는데 하다가 중도에 그만둘뻔 했어.

왜냐하면 내가 원래 아양스럽지를 못한데다가 생전 해 보지 않던 짓을 하려니 얼마나 쑥스럽던지 오히려 비위 상해서 도저히 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그만 두려고 하는데 거기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 했어. '이말 율리아 말로 듣지 말고 주님 말씀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해야돼' 하고 말이야.

그래서 그 말 때문에 또 다시 용기를 내서 시도를 했지 뭐야.

그런데 그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당신 도대체 누구야? 당신 어디 갔다 왔어? 당신 내 마누라 맞아?' 하고 연신 놀라면서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그 이튿날부터 하루에 두 번씩 들어오데"

비록 조그만 회사지만 그래도 사장인데 마누라가 보고 싶어서 낮에 한번 들어왔다 가고 오후 6시전에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자기가 일찍 들어가기 위해서 직원들을 서둘러 먼저 퇴근시킨 뒤 선물까지 사들고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전에 같았으면 으레 밤 12시에 들어오거나 통행금지 시간이 지나서야 들어오던 사람이 오후 6시 이전에 집에 들어올 정도로 변화된 것만도 기적인데 부인이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퇴근 시간을 못 기다려서 집에 한번 더 들어 왔다 간다니 바뀌어도 180 바뀐 것이 아닌가.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살가운 사랑의 정을 느껴보지 못한 채 억지로 지탱해 오던 지겹기만 한 결혼 생활이었는데 1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신혼의 달콤한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축하해, 신혼의 단꿈을 꿀 수 있음을…"

"이 모든 것이 다 거기 덕분이야."  

"아니야, 분명히 말해서 그것은 내 덕분이 아니고 좋으신 주님의 덕분이야. 주님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었겠어. 나는 잠시 잠깐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이야.

그러니 이제는 좋으신 우리 주님께만 감사 드려 줘, 알았지?"

"응, 알았어, 그러나 거기를 통해서 해 주셨으니 거기에게도 감사한 것 아니야?"

"아니야, 정말 아니야. 나는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도구 역할을 했을 뿐이야. 그러니 오직 주님께만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돌리고 남은 한 생애 주님께서 기뻐하실 수 있도록 받은 은총을 잘 관리하면서 계속해서 신혼의 단꿈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 줘. 성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바로 주님께 기쁨을 드리는 거야, 알았지?"

"응 알았어"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누며 주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때 다정한 주님의 음성이 아주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사랑하는 나의 작은 영혼아!

네가 불쌍한 이웃을 돌보며 따뜻한 사랑과 애정 어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하는 언행들은 바로 나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란다.

너의 그 경외심으로 가득 찬 사랑의 말들은

내 영광을 찬미하기 위한 그 어떤 노래보다도 더 감미로움이니

이는 비할 데 없는 나의 기쁨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