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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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한 시간 전에 밥 먹는 것은 양심 성찰하는 시간  (1982년 9월 22일)

 

성령쇄신 세미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뒤 이틀 후 미사 때 봉사자중 한 자매님이 성체를 모시지 않았다.

그때 내 느낌으로는 그 자매님이 자신의 잘못이나 죄 때문이 아니라 공복재를 지키지 못해서 성체를 모시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설령 잘못이 있다 할지라도 신부님이 계시니 언제든지 성사를 볼 수 있음이 아니던가.

주님께서는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시어 최후만찬의 빠스카 신비로 몸소 음식이 되시기까지 우리에게 오시었는데 피치 못할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러나 율법에만 치우친 잘못된 생각으로 모실 수 있는 성체를 모시지도 않은 채 봉사를 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그 자매님에게 물어보았다.

"자매님! 왜 성체를 모시지 않았어요? 혹시 밥을 먹은 지 1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모시지 못했나요?" 하고 물었더니 역시 내가 짐작했던 대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매님에게 "자매님! 왜 미사 한시간 전에 밥을 먹어야 하는지는 아시죠?" 하고 물었더니 그 자매는 웃으며

"성체를 모시려면 내 안을 깨끗이 비워놔야 되기 때문에 한시간 전에 밥을 먹는 것 아니야?" 하고 대답하기에 나는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주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요? 제 생각을 말해도 돼요?' 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주님께서는

"내가 너와 함께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네 소신껏 말하여라.

나는 항상 너와 함께 할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기에 곧바로 주님의 말씀대로 용기를 내어 말하였다.

"자매님 미사 한 시간 전에 밥을 먹는 것은 밥을 소화시키는 시간이 아니에요. 그 한시간은 바로 우리가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하도록 마음을 준비하기 위하여 충실한 마음으로 양심성찰 하는 시간입니다. 우리의 육신만을 위하여 성체 예수님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영혼 육신 모두를 위하여 모시는 것이니 미사 한 시간 전에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양심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지요.

예전에는 세 시간을 양심 성찰하는 시간으로 두었는데 지금은 한시간으로 줄였잖아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꼭 밥을 먹어야만 한다면 거절하기보다는 밥을 먹어주는 것 또한 애덕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사 전에 주님을 내 마음에 모시기에 합당하도록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돈하기 위하여 행여 그 동안 내가 잘못한 일은 없었나 하고 반성해 본 뒤 조그만 잘못이라도 발견된다면 바로 「네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받아들여 성사를 보거나 아니면 용서를 청하고 성체를 모시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가 당신과 결합하여 성 삼위 안에 하나 되기를 바라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나도 모르게 말을 하다가 순간 겸연쩍은 생각이 들었기에

"형님들, 죄송해요. 아직 풋내기 어린것이 당돌하게 말을 막 해서 맘 상했다면 용서하세요"

라고 했더니 광주 이 마리아 자매님이 손으로 허벅지를 '탁' 치시면서

"와따, 참말로 맞는 소리네, 맞는 소리여! 그라제, 그 시간은 밥을 소화시키는 시간이 아니야"

"80먹은 노인이 세 살 먹은 손자에게 배운다더니 참말로 그 말이 맞네. 이제까지 성령 봉사하면서도 미처 생각도 못한 말을 오늘 듣고 보니 참말로 좋네, 좋아, 어이! 율리아 깨우쳐 주어서 고맙다"

하고 모두 너무너무 기뻐 들 했다.

그때 다정한 주님의 음성이 속삭이듯 들려왔다.

 

"내 작은 영혼아!

나의 살과 피로 너희를 기르며 너희와 결합하고자

온몸을 다 내 놓았는데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무관심 속에서 생활하며 눈에 보이는 육적인 것에만 마음을

쏟는다면 내가 그들 안에 들어가서 어떻게 생활할 수가 있겠느냐.

그러나 이웃에게 애덕을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고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나와 결합하기를 갈망하면서

애타게 나를 찾는다면 나는 절대로 거절하거나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내 사랑 안에 머물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