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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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덤으로 받는 사랑 (1983년 6월 15일 오전)


광주 호남동 성당에서 푸른군대 피정이 있었다.

그 날 고통 중에 있던 나는 자리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못했는데 평상시 내가 존경하던 신부님께서 강론을 하신다는 말을 듣고는 강론이라도 좀 듣기 위하여 겨우 겨우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며 호남동 성당을 찾아갔다.

그 당시 1,000원이었던 피정의 참가비를 내고 막 들어가려는데 그곳 봉사자들이 나를 붙들고 "율리아 자매님! 오늘 봉사 좀 해 주셔요"

하며 부탁하였다.

나는 고통 중에 어렵게 왔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순명하는 마음으로 즉시 "네 그러지요" 하고 대답한 뒤 곧바로 봉사를 시작하였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피정의 참가비 1,000원씩을 받은 뒤 가슴에 리본을 달아주면서 "오늘 주님 사랑과 은총 많이 받으셔요" 하고 활짝 웃을때 "아이고 사랑으로 가득찬 봉사자님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지니 오늘 받을 은총이 크겠구먼" 하며 기뻐들 했다.

내내 무뚝뚝한 표정으로 꽃만 달아주던 봉사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사랑에 찬 인사를 나누며 꽃을 달아 주니 모두가 기뻐했다.

푸른 군대에서 나온 여러 가지 성물들과 책 등을 가득히 쌓아 놓고 판매를 했기에 그 자리를 누군가가 지켜야만 했는데 봉사자들 모두가 피정에 참석하여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싶어해서 모두 들여보낸 뒤 나 혼자 남아서 지키고 있었다.

그 날 햇빛은 유난히도 뜨거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나에게 박연훈 루비노 회장님은 햇볕이 뜨겁지 않느냐고 묻기에 "저도 지금 강론을 듣고 싶지만 그러나 제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이 일을 해야되기 때문에 저는 연옥불 속에서 단련 받고 있는 불쌍한 영혼들을 생각하며 제가 받는 고통과 땀 한 방울이라도 헛되이 버리지 않고 그들을 위하여 기쁘게 바치고 있습니다." 하고 말했더니 "나는 몸도 건강한데 부끄럽구만"하여 "이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했다.

사실 오늘 내가 고통 중에도 무리해서 여기까지 온 것은 강론을 듣고자 한 것인데 갑자기 봉사를 하게 되어 강론을 듣지 못하게 되었지만 나는 기쁜 마음으로 주님 성심의 제단에 포기로 엮어진 잔 꽃송이를 바치면서 죄인들의 회개를 위한 희생과 보속으로 봉헌하였으며 연옥영혼들을 위하여 바쳤다.

그리고 푸른 군대 피정에 참석한 이들만이라도 주님과 성모님께 깊은 통회와 진정한 회개의 눈물로 더욱더 가까이 나아가 세속의 모든 유혹과 죄로부터 멀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 날 피정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봉사자님의 인상이 좋아서 성물을 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며 성물들과 책들을 많이 사갔다.

피정이 끝난 뒤 결산을 마치고 나니 오후 7시경이 되었다.

그때 푸른군대 지도 신부님이신 하 안토니오 신부님께서 나에게 다가오셔서 "어디에서 왔느냐?" 고 물으셔서 "나주에서 왔습니다"

고 대답한 뒤 죽음 직전까지 갔던 내가 어떻게 해서 살아났는지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더니 신부님께서 갑자기 "진짜 봉사자 났네" 하시며 내 머리에 손 얹어 기도를 해 주셨다.

그때 내 마음은 하늘로 날아 갈 듯한 환희와 기쁨으로 충만 되었다.

스스로 희생 제물이 되시어 온 인류를 구원하시고 부족한 이 죄녀를 살리신 거룩하신 분, 이미 그분은 나의 구원자로 오시어 병든 영혼을 죽음의 늪에서 구해 주셨으니 나의 님이 되셨다.

"주님!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포기하고 모세가 왕권을 포기한

그런 사랑은 아닐지라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한 것은 바로 주님께 향한 저의 열렬한 사랑이었나이다.

비록 작은 것이긴 하지만 강론을 듣지 않고 그 시간을

주님과 성모님을 위하여 기쁘게 봉헌하였는데 백배로 갚아 주시는 사랑의 주님께서는 저에게 덤으로 더 많은 은총을 내려 주시니 지금 제 마음 사랑과 환희로 가득 차서 주님과 성모님을 찬미 찬양하며 기뻐하나이다."

 

"오,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세상은 나를 무수히 촉범하지만 매순간 포기로 엮어진 잔 꽃송이를 기쁘게 바쳐주며 행복해 하는 너에게 내가 내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너와 같이 지극한 사랑과 정성된 마음으로 봉헌할 때 기뻐하며 받아준다는 사실과 형식적인 것들은 더 이상 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모두에게 알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