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책을 내면서

추천의 글  

목차 1   

목차 2      

목차 3    

 

 

 


68.  용서와 화해로 얻어진 사랑 (1983년 6월 15일 밤)


하 안토니오 신부님과 헤어진 뒤 나주에 내려오려고 했는데 루비노 회장님이 "가정 봉헌 기도가 끝나는 대로 B자매님이 자기 집에 와서 함께 기도를 하자고 했으니 같이 가자." 고 했다.

나는 조금은 망설여졌다.

왜냐하면 나는 그 자매님을 나의 은인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으나 그 자매님은 나를 싫어했기에 함께 갔다가 혹시라도 그 자매님에게 분심을 줄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끝에 "나는 그냥 나주로 내려갈래요"

하고 돌아서는 순간 주님께서 내 몸에 지정해 놓으신 특정 부위를 "콕콕콕" 찌르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아, 주님께서 내가 그 집에 방문하는 것을 원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순간적으로 찌르는 통증이 사라졌기에 기쁘게

그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도중에 성당이 있었는데 바로 그곳에서 또 찌르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금방 직감하고는

"회장님! 우리 성당에 들러 성체조배 좀 하고 갑시다."

고 했더니 곧바로 쑤시는 기가 사라졌다.

성당에 들어서니 연못이 있기에

"회장님, 우리가 오늘 주님과 성모님을 위해 계속해서 봉헌했다 할지라도 우리 영혼과 죄인들의 병든 영혼의 추한 때를 씻는 마음으로 이 연못에서 손과 발을 씻고 들어갑시다" 하니 회장님도 흔쾌히 응했다.

연못으로 내려간 우리는 주님께서 최후만찬 때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면서 "스승이며 주인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고 하셨던 말씀을 묵상하면서 서로의 손을 씻어주고 발도 씻어 주었다.

나는 루비노 회장님의 손과 발을 씻어 주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사랑으로 하나되어 주님의 피땀을 닦아드리는 사랑의 손수건이 되고 영혼을 닦아주는 걸레가 되게 해 주시어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하고 기도했는데 특히 B자매님의 영혼을 깨끗하게 닦아주시어 나와 진정으로 화해하고 사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간절히 청했다.

그분으로 인하여 내가 핍박받고 고통 받는 것은 괜찮지만, 아니 기쁘게 봉헌할 수 있지만 그 분이 나로 인하여 자주 화를 내면서 판단죄를 짓는다면 그것은 바로 나로 인함이기에 무엇보다도 그것이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연못에서의 기도와 성체조배를 마친 뒤 B자매님 댁으로 갔다.

그 집으로 들어서니 그 자매님은 루비노 회장님을 보고는 굉장히 반가워했는데 내가 뒤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내 안색이 변해 버렸다.

바로 그때 그분의 장부가 아내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찌르면서

"어서들 들어오세요"하며 얼른 방으로 안내하니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주님께서 함께 해 주셔요"

하고 봉헌하자 바로 그 순간 주님께서 내 귓가에 나지막한 음성으로

"그래, 걱정하지 말고 어서 들어가거라"

하고 말씀하시어 나는 걱정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서로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기도를 시작했는데 기도가 끝나갈 무렵에는 방안이 온통 울음바다를 이룰 정도로 모두들

"엉엉" 하고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기도가 끝나고 나의 신앙 체험담을 처음으로 고백했는데 체험담이 끝나자마자 가만히 듣고 있던 B자매님이 나를 붙들고 울기 시작했다.

"율리아, 그동안 너를 너무 괴롭혀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나를 용서해다오. 이제 오늘부터 우리는 친형제보다 더 진한 형제다. 세상에 이렇게도 착한 너를 내가 그렇게 못살게 굴었는데도 너는 언제나 나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감사하고 고맙다고 했지,

그동안 너의 진심을 외면한 채 그렇게도 모질게만 대했던 이 언니를 부디 용서해다오 응?

율리아야! 너는 오늘 진짜로 내 친동생이 되었어.

주님께서 오늘 우리를 다시 맺어주셨어…" 하며 나를 꼬-옥 껴안은 채 오랫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나 역시 통곡에 가까울 정도로 엉엉 울었다. 마치 막혔던 봇물이 순식간에 터져 내린 듯 온 방안이 울음바다로 변하였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천상 천하의 주인이시며 온갖 만물의 근원이신 당신의 높고 깊고 넓으신 사랑을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사오리이까.

오, 놀라운 사랑의 주님이시여!

오늘 주님께서 저희에게 내려 주셨던 은총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내려 주시어서,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우기 위하여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어야 하며 당신의 따뜻한 애타적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 어떠한 굴욕감과 노여움까지도 정복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시어 이 세상에 주님의 나라가 이룩되기를 바랍니다.

어떠한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고 주님께 향한 열정으로 겸손하게 나아가 작은 자의 사랑의 길을 걷고자 하오니 오로지 당신의 뜻이 부족한 저희들을 통하여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오, 내 사랑 나의 작은 영혼아!

마귀는 호시탐탐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여 기승을 부리며 괴롭혔지만 너는 나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겸손으로 언제나 분열의 마귀로부터 승리하고 있으니 내 마음이 기쁘기 한량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