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집에도 안가고 성당으로 직행해 부렀소.
(1983년 9월 13일)
나는
원래 나 혼자서는 치유기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봉사자들에게 함께 기도하자고 부탁했지만 모두들 바쁘다며 사양하고 가버렸는데 광주 월산동 사는
아녜스 자매님이 쾌히 승낙해 주어 그 자매님과 함께 기도하게 되었다.
한참
기도하던 중에 누군가가 나를 툭툭 치며 "나 알것오?"
하기에 성령 세미나나 또는 성령피정을 받아본 사람이면 그 당시 나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아는 사람이려니'
생각하면서 그냥 "네" 하고 대답한 뒤 기도를 계속했다.
그랬더니 그 자매님이 또 와서 "기도 끝나고 나도 좀 해 주시오이" 하기에 그냥 또 "네" 하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그 자매님에게 기도를 해 주기 위하여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뒤 막 기도를 하려는
순간 6개월 전에 병원에서 기침하던 자매님의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기에 얼른 눈을 떠서 바라보았더니 바로 그 자매님이었던
것이다.
"어머머, 자매님! 웬일이세요?" 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병원에 있을 때 그 자매님에게 성당에 다니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에 벌써 성령
기도회까지 참여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자매님은 전라도 사투리로 "아이고 말도 마시오. 내가 얼마나 은혜를 많이 받어 부런는가 모르요. 나는 그때 병원에서 퇴원해 가꼬 집에도 안가고
사정없이 성당으로 직행해 부렀어라우."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오, 홀로 영광 받으셔야될 나의 주님! 나의 사랑이시여!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세세 영원히 받으시고 흠숭 받으소서.
이 죄녀를 도구삼아 불러주신 이 자녀를 새로운 부활의 삶으로
인도해 주셨사오니 언제나 주님과 성모님의 사랑 안에서
기쁨과 사랑과 평화 누리게 해 주시오며 부족한 이 죄녀를 통해서
주님 계속 영광 누리시고 저는 언제나 감사가 마르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 뒤 우리는 또다시 병원에서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그때
다정하면서도 온유한 예수님의 음성이 조용히 들려왔다.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네가 흘린 그 눈물은 모든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흘린
기쁨의 눈물이니 그것은 바로 나의 기쁨과 합일된
눈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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