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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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여의도 광장에서 뚱뚱한 할머니를 업고 다니다.
      (1984년 5월 6일 : 교황님 방문)

 

1984년도에 교황님께서 우리나라에 오셨을 때 전국에서 많은 신자들이 여의도 광장으로 모였다.

나주에서 만도 여러 대의 차가 갔으니 전국 각지에서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여의도에 모였겠는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빨리빨리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대형 버스만 해도 수백 대가 넘게 운집해 있었기에 광주교구의 자리를 찾아가려면 한참을 걸어야만 했다.

마침 일행 중 금천에서 오신 뚱뚱한 할머니가 계셨는데 잘 걷지를 못하여 함께 간 신자들을 제대로 따라 다니지를 못하였기에 어디를 가든지 내가 그 할머니를 업고 다니게 되었다.

그때 나는 체중이 53kg밖에 안 나가는 가냘픈 몸매였으니 가까운 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너무 먼 거리를 가야 할 때면 조금 벅찼기에 형제님들에게 함께 업고가면 어떻겠느냐고 부탁도 해 보았지만 한사람도 도와주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 당시 신앙의 첫 발을 내딛고 있었던 나는 기쁨과 사랑에 찬 부푼 가슴속에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환희가 고동치고 있었기에 끝까지 그 일을 해 낼 수가 있었다.

90kg이 넘는 그 할머니는 몸이 뚱뚱하니 당신 몸 하나도 주체하지 못하여 혼자서는 잘 걷지도 못했고 뒤뚱뒤뚱 하는 걸음으로 겨우겨우 걷는 그런 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무거운 할머니를 등에 업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죄인들을 위하여 무거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등에 업고 간다고 생각하니 그렇게도 기쁠 수가 없었다.

이제 그 할머니는 한발이나 두발만 움직이려 해도 내 등에 업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계셨으므로 나는 계속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 할머니가 한 번은 큰소리로 "우메, 몸이 호리호리한 게 바람이 불면 금새라도 날아갈 것 같이 생겼는디 어쩌면 나 같이 뚱뚱한 사람을 그렇게도 잘 업는디야, 보기에는 등판이 쬐깐한 것 같은디 막상 업히고 나면 등어리가 넙적하니 딱 안긴당께, 고마워이, 처녀 아니었으면 나 큰일날뻔 했네 그려" 하시기에 내가 "처녀가 아니고 네 아이의 엄마예요" 했더니 "뭐시여?" 하며 눈이 동그래졌다.

그 할머니에게 주님의 사랑을 이야기해 드렸더니

"어쩐지 틀리더라"하셨다.

낮 12시경에 많은 사람들이 태양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었는데 나는 할머니를 업고 다니느라고 보지를 못하였다.

그러나 전지 전능하신 주님께서는 못하실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 모든 희생과 보속을 교황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하여 봉헌하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바치면서 주님께서는 영광 받으시고 위로 받으시기를 기원했다.

돌아오는 길에 한 사람이 할머니를 내가 계속해서 업고 다닌 것이 미안했던지 자기도 좀 업겠다고 하더니 몇 발자국도 못 가서

"아이고, 나는 못하것소, 젊은 양반이 약골 같은디 강골이네"

하며 할머니를 내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기뻤다. 너무너무 기뻤다. 남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영광과 흠숭을 드렸다.

집에 돌아온 후 며칠이 지난 뒤 성당에서 그 할머니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할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우리 아들이 고맙다고 쌀 한 가마니 갔다 주자고 했는디 집 좀 가르쳐 주시오" 하셔서 나는 깜짝 놀라 집을 가르쳐 드릴 수 없다고 하며 "만약에 쌀은 물론이고 적은 것 하나라도 나에게 주신다면 다시는 할머니를 보지 않을 거예요.

알았죠? 할머니 저에게 쌀을 주는 대신에 주님께 열심히 기도하시고 가족들 특히 며느리를 많이 사랑해 주시어요" 했더니 "그래, 그래 착한 당신 생각하면서 이제까지 못 다한 사랑을 나눌게" 하셨다.

"오, 나의 사랑 나의 주님이시여!

그가 말한 그대로 이루어지도록 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오 나의 사랑, 귀여운 내 작은 영혼아!

이웃을 향한 너의 그 열렬한 사랑은 바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그대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내가 온 인류에게 원하는 바이다.

그러니 너는 언제나 변함 없는 사랑으로 끊임없이 그대로 실행하여라. 그러면 너는 내 마음 안에 침잠하여 영적 평온 속에서 온 세상에 나와 내 어머니의 불타는 성심의 사랑을 전하게 될 것이다. 네가 더욱 큰 사랑으로 완덕을 향하여 매진할 때 많은 영혼들이 회개하게 될 것이니 더욱 깨어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