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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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모시고 안과에 가다.  (1986년 8월 12일)

   

수강아파트 302호실로 이사를 한 후 먼저 우시는 성모님을 잘 모셔 놓은 뒤 이삿짐 정돈은 뒤로 미룬 채 곧바로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를 목욕시켜서 업고 가다 쉬었다하며 터미널까지 갔다.

그곳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까지 가서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또 걸어서 홍 안과까지 갔는데 가는 도중에

"미장 아짐, 왜 이렇게 멀어요? 차 한번만 타면 안돼요?"

"택시를 타면 곧바로 갈 수 있지만 희생 없이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이렇게 아버지를 업고 온 거예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 드리기 위하여 보잘 것 없는 이 희생이나마 주님께 바치고자 이렇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서 여기까지 어렵게 온 거예요."

"그래도 아짐이 너무 힘들지 않아요" 하며 애처로워하시기에

"괜찮아요" 라고 말씀해 드렸다.

사실 한 사람 머리 해준 값이면 충분히 나주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편하게 갈 수도 있었지만 희생과 보속하는 마음으로 봉헌하기 위하여 어렵게 간 것이다.

이층에 있는 홍안과에 할아버지를 업고 가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마침 백내장에 걸린 75세 된 할머니가 수술을 부탁했지만 원장님은 "연세가 많아서 어렵습니다"

하며 한마디로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그 할머니의 아들은 "그래도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눈을 못 보셔도 좋으니 수술만 좀 해 주십시오" 하며 아무리 매달려도 끝내 거절하자 그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는 것이었다.

나는 쓸쓸히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원장님이 거절한다 할지라도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통사정으로 매달려 보리라' 다짐하면서

"원장님, 제 소원을 좀 들어주십시오"하고 부탁하며 애원하였다.

원장님은 검사를 해 보더니 "도저히 안됩니다. 시신경이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동자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라며 역시 거절하기에 "원장님! 수술만 해 주세요. 눈은 못 떠도 좋으니 수술만 해 주세요" 하고 계속 애원하며 간절하게 매달렸다.

"아주머니 단 0.1% 라도 가능성이 있는 것을 부탁해야지 100% 불가능한 것을 부탁하면 서로 피곤만 하니 어서 모시고 가세요"

하며 냉정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원장님이 천주교 신자임을 알고 있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느님을 내세우는 것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이제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기로 하면서 마지막으로 "원장님! 하느님 믿으세요?" 하고 질문했다.

"믿기는 합니다만" "그러면 하느님의 능력도 아시겠네요?"

"알기는 알지만 우리는 인간이지 않아요."

"그래요, 원장님. 안되어도 좋으니 불가능을 가능으로 인도하시는 하느님께 의탁하고 원장님은 수술만 좀 해 주세요.

그러면 저는 뒤에서 기도하겠습니다."

"아주머니, 정말 딱하십니다. 나이가 젊어도 안 되는데 85세의 노인을 수술해 달라니 될 말입니까? 그리고 수술을 해서 성공한다 하여도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시겠어요."

"원장님! 이분은 저의 친척도, 은인도, 아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할아버지는 너무나 오랜 세월을 상처로 얼룩진 채 어둠 속에 갇혀서 살아오셨습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빛을 보고 사시다가 가셨으면 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그러나 눈을 보지 못하셔도 좋으니 저의 이 간절한 소원만 들어주신다면 그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원장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고 했지 않아요."

"아이고, 아줌마의 그 정성이 지극해서 수술을 해 보기는 하지만 그러나 눈을 뜨리라는 희망은 단 0.1%도 가지지 마십시오" 하고

수술 날짜를 잡아주어 나는 뛸 듯이 기쁜 마음을 안고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주님께 감사 드렸다.

"오! 주님, 나의 님이시여!

당신께서도 자신을 아버지께 맡기셨듯이 저도 당신께 모든 것을 맡기나이다."

 

"오, 내 작은 영혼아!

나는 너의 그 한없는 사랑과 값진 희생과 보속을 아름답게 봉헌하는 그 마음 안에서 함께 하며 불가능을 가능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