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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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꿈인가 생시인가. (1986년 9월 5일)

 

드디어 눈에 감고 있던 붕대를 푸는 날이 다가 왔다.

붕대를 한 꺼풀씩 벗겨 낼 때마다 초조한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었는데 붕대를 다 풀고 나자 봉 할아버지가 "아, 눈이 보인다, 눈이 보여" 하며 기쁨에 들떠서 외치기에 "예? 정말이에요?"

하고 놀라면서 나를 세게 꼬집어보았더니 정말로 아팠다.

"아 꿈은 아니로구나" 그 순간 나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누가 보든 말든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주님 제 소원을 들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또 하나의 눈이 남아있었다.

한꺼번에 두 눈을 다 수술 할 수가 없으니 먼저 한쪽 눈만 한 뒤 나머지 한쪽 눈은 붕대를 풀고 난 후 수술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남은 한쪽 눈을 수술할 때도 나는 주님께 똑같은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이 수술 때문에 우시는 성모님을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 모셔놓은 뒤 짐 정리도 제대로 못한 채 계속해서 집을 비워 놓은 데다가 장부까지도 교육 때문에 계시지 않았기에 내심 마음이 놓이지를 않았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교육이 끝나는 장부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전에 함께 성령 봉사했던 이 마리아 자매님께 할아버지를 잠시 돌봐달라고 부탁한 뒤 집에 들러 장부에게 말씀드렸더니

"여보, 정말 잘했오. 당신의 그 정성으로 두 눈을 다 뜨시게 될 것이요" 하며 내 손을 잡고 기뻐해 주었기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병실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다시 갈 수 있었고 기쁘게 희생과 보속을 봉헌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