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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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의 장례식 (1990년 3월 9일)

 

나는 기브스한 다리로 할아버지의 딸 노릇을 하면서 장례 미사를 치러 드렸다.

장례 미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니 성당에 도착해서부터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계속 통곡을 하며 엉엉 울고 있으니 옆에서 옆구리를 찌르며 "어지간히 좀 울어라. 창피하지도 않느냐?"

고 했지만 남의 이목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울음을 난들 어찌 하겠는가?

그 날은 음식도 푸짐하게 장만해서 가지고 갔다.

장례 미사가 끝난 뒤 할아버지를 성당 공동 묘지에 안장을 했는데 가장 좋은 자리가 잡혀 비석까지 세워드리니 이구동성으로, 자식들이 있는 묘소보다도 훨씬 훌륭하다고들 이야기했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았다.

무릎까지 기브스한 무거운 다리로 산을 오르기가 너무나 힘들었지만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신 주님을 묵상하며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온전히 바치면서 올라갈 때 봉 할아버지의 죽음도 죽음이려니와 십자가를 지신 채 고통스러운 발걸음을 옮기셨을 사랑의 예수님을 생각하니 또다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떤 이들은

"정말 눈꼴사나워 못 보겠네" 하면서 빈정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 죄, 아니 내 죄를 대신하여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면서 위로는커녕 오히려 온갖 편태와 조롱으로 모진 수난을 겪으셨는데 내가 받는 이런 고통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 하며 기쁘게 봉헌할 수 있었다.

그때 주님의 다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그들은 말로는 하느님을 믿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이미 진정한 신앙으로부터 멀어져 있으니 어찌 사랑의 눈으로 나를 바라 볼 수가 있겠느냐.

그들은 그토록 인간적인 눈으로만 나를 바라보기에 사랑 자체인 나를 볼 수가 없으니 나를 만나지도 못하는 것이란다.

그러나 나는 어린 아이와 같이 단순하고 순수한 너의 그 마음 안에 언제나 머물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더욱 큰사랑을 통하여 성덕에 머물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