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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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나를 구타한 술집 마담에게 불려가다.
        (1986년 8월 6일 밤 9시경)

 

희생과 보속으로 점철된 성지 순례 3일간을 힘은 들었으나 기쁘게 마친 뒤 집에 왔더니 나를 그렇게 구타하며 온갖 모욕을 퍼부었던 술집 주인 마담이 나를 자기 집으로 부른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힘들고 고달팠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그 무서운 사람이 나를 부른다고 하니 피곤이 더 엄습해 오는 것 같았다.

'가야될까? 아니면 오라고 할까?' 하고 망설였다.

왜냐하면 그 술집 주인 부부는 자기 집 아가씨 중 어느 누가 몰래 도망을 가도 전국 방방곡곡을 다 뒤져서라도 결국 찾아낸 뒤 찾는데 들어간 비용 전부를 아가씨에게 빚으로 다 올려놓고는 버릇을 고친다며 불에 달군 연탄집게로 마구 때리고 온 몸을 지지기도 하는 아주 무서운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미용사들은 지난번 집단 폭행 사건을 떠올리며

"언니! 그 집에 가면 언니를 연탄 집게로 찝어 버리는 것 아니야?" 하여 나 역시 겁이 덜컥 났지만 그러나 모든 것을 주님과 성모님께 맡기고 그 집에 갔다.

그 집에 들어섰더니 나를 그렇게도 심하게 두들겨 팼던 아가씨들이 합창이라도 하듯이 똑같이

"언니! 어서 오세요" 하며 반겨 주는 것이 아닌가.

내가 어리둥절하여 그냥 서 있었더니

"언니 뭐해, 빨리 안방으로 들어가 봐" 하며 나를 안내해 주었다.

그들의 손에 이끌려 안방으로 들어갔더니 주인 마담이 환하게 웃으며 "우람이 엄마 어서와" 하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오늘은 그때와는 180 틀려져 마치 천사들의 합창 같았다.

"우람이 엄마, 어서 앉아" 하며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이웃에 살면서 처음으로 본 모습이었다.

한편으로 '무슨 꿍꿍이속이 있나?' 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죽어도 당신의 것이요, 살아도 당신의 것이오니 당신 뜻대로 하소서" 하고 주님께 온전히 맡기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우람이 엄마! 우람이 엄마는 이 동네에서 너무나 많은 덕을 쌓고 착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우람이 엄마 돈 떼어먹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우람이 엄마,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지난번에 미안했고요" 하면서

"이제 나도 우람이 엄마처럼 착하게 살도록 성당에 다닐 라요. 지금은 술집을 하기 때문에 당장 다니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꼭 나갈게요" 하고는 나에게 봉투를 내밀며 "우리 아가씨들 머리한 외상값이여" 하면서 외상값을 그대로 몽땅 주는 것이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람이 엄마! 우람이 엄마는 돈을 잘 벌면서도 남에게 베풀기만 하느라고 자기는 오히려 못 먹어서 몸이 너무 약해, 그런 중노동을 하려면 잘 먹어야 되는데 먹지도 못하니 몸이 약해서 되겠어? 그래서 내가 우람이 엄마 몸보신하라고 특별히 보신탕을 맛있게 끓여 놓았으니 많이 먹고 가 응?"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순간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먹을 것을 주어서도 아니고 외상값을 받아서도 아니었다. 사람들로부터 백여우 같고 호랑이 같다고 손가락질 받으며 그야말로 고약하기 이를 데 없었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이렇듯 순한 양이 되어 있다니!

이것은 바로 주님의 자비의 손길이 그들에게 닿았음이 아니던가.

"오오! 나의 사랑, 알파요 오메가이신 나의 님이시여!

매순간 고통이어도, 기쁨인 당신 앞에 두 무릎 꿇고 감사 드리나이다.

자신만이 살고자 남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가 서슴치 않고 자행되는 이 시대에 아무리 황폐해져 가는 마음이라 할지라도 당신의 뜨거운 사랑이 있는 한 두려울 것이 없나이다.

암탉이 병아리를 날개아래 모아 품듯이 당신은 그들을 품어주고 안아주시어 가물거리던 사랑의 불씨에 풍요로운 섶을 가해 사랑의 불로 태워 주셨으니 제 마음은 지금 당신께 향한 사랑이 타오르는 해와 같이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나이다."

바로 그때 주님께서는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오오 나의 사랑, 내 작은 영혼아!

죄는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며 덕은 사랑의 온정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들의 사랑 결핍을 너의 열렬한 사랑의 온정으로 녹여 낸 것이기에 그들이 내 사랑의 감미로움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란다.

자유의지로 진리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세상 수많은 영혼들의

어둠을 너의 그 열렬한 사랑으로 모두 몰아내거라.

나 항상 너와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