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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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루르드에서의 기적수 (1988년 4월 4일)

 

프랑스 루르드에 도착했다

루르드에서 어떤 형제님이 한 말 들이 보다 조금 더 큰 통(지금은 없어졌음)에 루르드 기적수를 하나 가득 담아서 가지고 가려다가 너무 무거우니까 아예 통째로 버렸다.

그래서 나는 버려질 영혼을 구해주시라고 주님께 간구하며 얼른 그 통을 주워서 깨끗이 씻은 뒤 기적수를 하나 가득 담았다.

그리고 선물하기 위하여 루르드 성모님 상을 본떠 만든 물병을 33개 사서 기적수를 가득가득 채워 가방 속에 담았는데 작은 물병 33개와 큰 물통에 가득 들어 있는 물을 보면서 나는 마치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루르드를 떠나는 버스 안에서 오기선 신부님께서 기적수가 가득 담겨 있는 3되들이 물통을 또 나에게 주시기에 감사하게 받고 나서 나는 더 큰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러나 버스에 오르내릴 때마다 뚱뚱한 할머니를 부축하랴, 물을 옮기랴 참으로 힘든 여정이었지만 지향을 가지고 계속 봉헌하면서 다니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언제나 사순절이면 어김없이 고통을 받던 나였으니 그냥 집에 있었다 할지라도 힘이 들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통을 숨기면서, 허리디스크로  무거운 것을 들 수 없었던 한 형제님의 물통까지 들고 다니며 더 많은 희생과 보속을 바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런데 한국의 유명한 성지를 관리하고 있는 어떤 자매님이

"율리아씨 무슨 물을 그렇게 많이 들고 다녀요? 옆사람들 보기에도 흉해요. 너무 많은 욕심은 교만이에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오, 주님! 성지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론까지 하시는 저 자매님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은 바로 마귀가 저 분의 입을 통해서 하는 말이니 부디 저분을 용서해 주십시오"하며 얼른 봉헌했다.

내가 이렇듯 무리해서 많은 물을 가지고 가려는 것은 가족들에게 먹이기 위해서도 아니요 내가 먹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성모님께서 이 세상 자녀들의 회개와 영적 육적 치유를 위하여 마련해 주신 물이기에 한국에 가져가서 성지 순례를 오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먹이고자 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어찌 교만이겠는가?

더군다나 성한 사람들까지도 들고 가기 힘들다고 내 던지는 물통을 고통 중에 있던 몸으로 나 혼자만의 욕심을 차리기 위하여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고통으로 봉헌된 희생과 보속의 사랑이었던 것인데…

나는 그 당시 온몸 특히 허리가 많이 아파 혼자서 걷기도 힘든 상황에서 뚱뚱한 할머니를 모시고 다니면서 물까지 옮겨야 되니 인간적으로는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내 가슴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나의 마음은 성모님께서 마련해 주신 은총의 물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먹일 수 있다는 흐뭇한 행복감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오, 나의 사랑, 내 님이시어!

당신께서 받으셨던 모욕을 생각하면 시기 질투의 따가운 눈총들도 사랑으로 바뀝니다. 그러나 성지를 순례하면서 주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묵상하기보다는 쇼핑과 쾌락을 즐기는 모습들을 볼 때 너무나 마음이 아프답니다.

그 이외에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나열할 수조차도 없는 부분들을 주님께 봉헌하오니 일일이 다 말씀드리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잘 알고 계시고 주관하시는 주님께서 이들과 세상 모든 자녀들을 당신의 끝없는 사랑으로 변화시켜 주시옵소서."

 

"사랑하는 나의 딸! 귀여운 내 작은 아기야!

네가 그렇게 마음 아파할 때 나와 내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더 아프겠느냐? 그래서 내 어머니께서는 눈물을 흘리시며 호소하시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네가 매순간 바쳐주는 희생과 보속으로 엮어진 잔 꽃송이들은 바로 나와 내 어머니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주는 예쁜 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