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1988년 5월
20일)
파 신부님께서 오신다고 하여 안집 거실에 놓여져 있던 종합 운동기구를 치우느라고 힘센 두 자매가
양쪽에서 들어 올렸다.
먼저 위에 있는 무거운 역기를 내린 뒤 들었어야 하는데 미처 생각을 못한 채 그것까지 올려져 있는
상태에서 힘껏 들어 올리다가 옆에서 거들던 내 머리위로 그 역기가 떨어지는 바람에 나는 그 역기에 머리를 맞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온 몸이 벌벌 떨리는 심한 오한을 느끼며 정신이 돌아왔다.
그 운동기구를 들던 두 자매들은 경직된 채 서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내가
깨어나자
"언니! 언니! 괜찮아?" 하며 그제야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쓰러진지 30분쯤 지났다한다.
나는 머리가 너무 아파 윗머리 부분을 만져 보았더니 축축하게 젖어 있었기에 내가 누워 있는 자리를
더듬어 보았더니 흥건히 적셔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부축을 받아 일어나서 보았더니 거실 바닥에 많은 피가 흘려져
있었다.
그때 또 다시 쓰러진 나를 사람들이 119 구급차에 태우고 광주 남광병원에 갔는데 그곳에서 머리를
일곱 바늘을 꿰매었다.
병원에서 말하기를 "위험한 급소를 살짝 비켜갔습니다.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는데 높으신 분이 완전히
받아 주셨나 보네요" 라고 했다.
나는 한시간 가량 누워 있다가 퇴원을 하겠다고 했더니 한사코 더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병원에서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에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지만 집에 파신부님께서 와 계셨고, 또
전주에서 오신 수녀님과의 약속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을 주님께 온전히 맡기고 링겔만 맞은 뒤 곧 나주로 내려와 파 신부님을
만났다.
나와 만나기로 했던 전주에서 오신 수녀님은 내가 병원에 실려 가는 바람에 나를 만나지 못 하여 암담해
하다가 성모님 앞에서 기도하던 중 장미 향기가 무릎을 관통하였고 그 수녀님은 그 즉시 고질병이었던 무릎이 치유되어 전주로
떠나셨다.
집에 돌아오긴 했지만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에 자리에 누워야 했다.
"오, 나의 사랑 나의 구원자,
나의 생명의 주관자이시며 나의 전부이신 나의
님이시어!
어찌 이 놀랍고도 크신 사랑을 제게
베푸시나이까.
저 비록 죄인이오나 구원의 십자가를 지신 당신처럼 이웃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자 하오니 오늘 제가 흘린 피가 단 한 방울도 버려짐 없이 필요한 영혼에게 수혈되게 하시고 죄인들이 회개하게해
주시어요.
메마른 사막에서 애타게 물을 찾듯 당신의 사랑이 필요한 이 험난한
세파 속에 저 비록 힘이 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이 죄녀 순교의 씨앗을 모아 당신께
바치나이다.
부디 샘물처럼 솟아나는 당신 구원의 샘에서 많은 이들이 영생의
물을 마시고 생기 돋아나 부활의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오! 나의 사랑, 내 작은
영혼아!
너는 나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마음 안에 핀 작은 꽃이 되어
마귀로부터 승리하였구나.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나의 사랑과, 네가 흘린 피와 땀 그리고
눈물 한 방울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온전히 바치는 너의 그 사랑이 합쳐져서 많은 영혼을 구하게 될 것이니 더욱 아름답게 봉헌하기
바란다."
"네 주님, 그러고 말고요. 당신을 따르는 길이 비록 비좁고 험한
고난의 길일지라도 무엇을 두려워 하리이까.
이 몸이 다 으스러진다 하여도 동산에 뿌린 씨가 움터나듯 새싹이
돋아나는 여린 사랑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위하여 이 몸 온전히 바치렵니다.
철부지였던 이 죄녀를 그리도 많이 사랑하셨음과 같이 이 죄녀도
이제 모든 이를 달래주는 위로자가 되겠나이다."
"그래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너는 예쁘게 피어오른 내 작은 위로의 꽃이다. 철따라 예쁜 꽃으로
피어서 나에게 달아주는 향기 나는 꽃이로구나.
모든 영광을 나에게 돌리고 모든 고통도 나를 위하여 바치는 너는
바로 내 사랑이니 언제나 내 안에서 생활하며 나와 같이 모든 이를 사랑하여라."
"오! 오, 나의 사랑 나의
전부이시어!
겸허하고 온유하게 더욱 낮아져서 완덕을 향한 겸손한 작은 영혼으로
성덕에 도달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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