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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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오오 당신이시었나이까? (1990년 5월 9일)

 

돼지 갈비를 먹고 안드레아와 함께 차를 타고 오는데 행색이 허름한 작은 예수님이 비틀거리며 걷다가 쓰러졌다.

차를 세우고 그에게 다가갔더니 손을 내저으며 오지 말라는 시늉을 하며 도망가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나쁜 사람 아니에요.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려고 해요" 했지만 그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응응응…" 하고 한 손을 내저으며 앉아있던 자세에서 다리를 질질 끌며 뒤로 물러났다.

그가 말을 못하는 반벙어리였음을 뒤늦게 야 알게 되었다.

나는 묵주를 꺼내어 십자가 예수님을 가리키며

"이 분이 할아버지를 도와 드릴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저희 차에 타세요" 했더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먹을 것을 사서 그분이 잡숫게 하고 그분에게 입힐 옷까지 산 후 집으로 갔다. 15일 동안이나 물 1cc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던 내가 난데없이 행려자를 데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모두들 놀라는 것이었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정말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야?…"를 연발하면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며 안드레아에게 재차 확인을 하였다.

안드레아로부터 모든 일을 자세히 전해 듣고 나서야 비로소 모두들 주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노래했다.

안드레아는 볼일을 보러 나갔고 나는 물을 데워 작은 예수님을 씻겨드리는데 그동안 얼마나 씻지를 않았는지 얼굴부터 시작해서 온몸이 다 숯 검댕이 같이 새까맣게 되어 있었다.

먼저 몸을 불린 뒤 가만가만 씻었는데도 얼굴의 피부가 벗겨질 정도였기에 마치 아기를 다루듯이 살살 씻겼는데도 껍질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말았다. 아랫도리를 씻길 때에는 세워 놓고 씻겼는데 선 채로 그만 소변을 봐 버리는 바람에 소변이 머리와 옷, 얼굴, 심지어는 입안으로까지 들어왔다.

"오 주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이 모든 사랑을 죄인들의 회개와 주님 영광을 위하여 온전히 봉헌하나이다" 하면서 기쁘게 봉헌하였는데 그때 신선하고도 달콤한 꽃향기가 스쳐지나갔다.

몸을 다 씻긴 뒤 부드러운 타월로 물기를 가만가만 두들겨 닦아드렸다.

그리고 나서 성모님상 반대편에 있는 방으로 업고 들어가서 새 옷을 입혀 드린 뒤 껍질이 벗겨지고 상처 난 부분을 치료해 드리기 위하여 안집에 가서 약을 가지고 와 보니 그 작은 예수님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성모님 집 근방을 다 찾아보았지만 그 분은 찾을 수가 없어 볼일을 보고 들어온 안드레아의 차로 나주시내와 근교까지 다 샅샅이 찾아보고 파출소에도 알아봤으나 행방이 묘연했다.

"오, 나의 사랑, 내 님이시여!

자리에 누워 꼼짝도 못하던 이 죄녀를 작은 예수님을 돌보도록 돼지갈비 7인분이나 먹이셨군요. 그런데 그분은 어디로 갔을까요? 당신께 의탁하며 맡기오니 보살펴 주시어요."

 

"나의 사랑 안에 함께 하는 내 작은 영혼아!

너는 이미 할 일을 다 했다. 결과에 대하여 걱정하지 말아라."

 

"주님! 아픈 상처에 약도 발라주지 못하였는걸요."

 

"너의 순수한 사랑은 죽음의 순간에도 영원할 것이다.

그는 이미 너의 애틋한 사랑을 받고 기쁘게 떠났으니 걱정하지 말고 너에게 맡겨진 사명을 완수하도록 노력하여라."

 

"나의 사랑, 나의 님이시여!

보잘 것 없고 부족하고 천박하기 그지없는 저에게 사명을 주시기 위하여 불러주셨으니 더욱 크신 성령의 지혜와 성령의 분별력을 주시어 남은 제 한 생애 주님의 영광과 성모 성심의 승리만을 위하여 온전히 바치겠나이다."

 

"오, 내 사랑, 내 맘에 드는 작은 영혼아!

나와 내 어머니는 어둠으로 뒤덮인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하여 부족한 너를 부른 것이란다.

너를 도구 삼아 사랑의 기적을 행하려는 나의 말에 그대로 순직하게 따르며 받은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끝없이 노력하는 너에게 강복한다."

 

"오, 나의 사랑, 나의 보배, 나의 전부이시여!

감사 드린다는 말 외에 또 어떤 말씀을 더 드리오리까.

이 몸 부족하고 또 부족하오나 제 마음에 사명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게 해 주시어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남은 제 한 생을 더욱 사랑의 힘을 발휘하여 영웅적으로 목숨 바쳐 일할 수 있도록 항상 다윗의 지혜를 주소서."

 

"그래 그래, 나와 내 어머니는 너에게 필요한 은총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특별한 사랑으로 너를 돌봐주고 지켜줄 것이다."

 

"오! 나의 사랑, 감미로움이여!

당신 안에 있는 불쌍한 이 죄녀는 오직 당신 안에서만 있나이다. 이 몸 오로지 당신의 것이오니 당신의 뜻대로 사용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