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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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미용실을 경영하기 위하여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시어머님이 또 빚 좀 갚아달라고 오셨다. 몸이 치유되니 전처럼 그 말씀이 걱정스럽게 여겨지지 않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무엇을 좀 해서 도움이 되어드릴까?’ 하고 골똘히 생각한 끝에 ‘미용실을 경영해 보자, 돈을 빨리 벌기는 미용실 하는 것이 가장 쉽겠다.’라고 생각한 나는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께 “제가 이제 몸이 완쾌되었으니 돈을 벌고 싶어요. 그래야만 가난한 살림에 도움 되고, 광주 어머님의 빚도 갚아드릴 수 있겠어요.”라고 하자 두 어머님은 상의하여 번갈아 가며 도와주기로 하셨다.

미용실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나는 언제나 해왔던 것처럼 이모님께 부탁했는데, 160만 원밖에 해주실 수가 없다고 하여 나는 겁 없이 신부님을 찾아갔다. “신부님, 제가 미용실을 하고 싶은데 돈이 필요해요. 돈을 빌릴 수 없을까요?” 하고 말하니 신부님은 “글쎄요, 우리 신부들은 돈에 대하여 전혀 관여하지 않는답니다. 그러나 신협 전무님을 소개해 드릴 테니 상의해 보십시오.”라고 하며 직접 전무님께 전화를 해주셨다.

신협은 내가 처음 교리 받으러 성당에 다닐 때 신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시작했는데, 6~7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많이 발전하여 시내로 옮겨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었다. 전무님을 만나 뵈니 참 자상하신 분이었다. 나는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며 “돈을 빌려만 주신다면 벌어서 갚겠습니다.” 라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 백만 원만 빌려 달라고 하니 “그렇게 하십시오.”라고 하셨고 다음날, 돈이 부족할 것 같아서 또 전무님을 찾아가 백만 원만 더 해주시라고 하자 “그렇게 하십시오.”라고 하셨다.

돈 걱정은 풀렸으니 나는 미용실을 구하러 찾아다녔는데, 사백만 원이면 인수할 수 있는 미용실이 나왔기에 그것을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돈이 조금 부족하여 또 신협 전무님을 찾아가 백만 원만 더 해주시라고 했더니 그때도 쾌히 승낙하시고, 300만 원을 보증인도 없이, 바로 빌려주시면서 적금을 넣어서 갚으라고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협에서 그렇게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고,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주님께서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시는, 전지전능한 분이셨음을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남편의 승낙이었다. 남편에게 미용실을 해보겠다고 말하자, 남편은 너무 놀라 “아니, 여보, 뭐라고? 지금 무슨 말을 했어? 미용실을 한다는 것 내가 잘못 들었지? 그렇지, 여보?!”라고 했다. 나는 “아니요, 잘 들으셨어요.”라고 하자, 남편은 안색까지 변하며 “여보, 안 돼. 당신은 자리에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돼. 하느님이 겨우 살려내셨는데 잘못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나는 절대 허락할 수 없어.” 하고 또다시 아내가 잘못될까 완강하게 반대하기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나에게는 이제 주님께서 함께하시니 어떠한 일도 해낼 수 있는 강인한 힘이 있어요. 문제없이 할 수 있으니 허락해 주세요, 네?” 남편은 끝내 반대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일에 착수했다. 주님께서 나에게 오신 이상, 나에게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일 좀 한다고 쓰러질 것 같으면 살려주셨겠나.’ 생각하고 감행했던 것이다. 미용실을 소개해주신 분과 미용실 주인과 함께 식당에 가서 계약서를 쓰자고 하여 식사하면서 남편을 식당으로 불러 결국 계약서에 도장을 찍도록 하였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계속해서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며 “당신이 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나 당신이 손님 머리해줄 생각일랑 하지 말고, 미용사 구해다가 미용사가 하도록 해, 꼭 부탁이야. 이것만은 꼭 들어줘야 해.” 하고 간곡히 부탁했다.

 

362. “주님, 믿습니다.” 하고 의지할 때

 

내일 미용실을 개업하기로 하고, 나는 광주 미용 재료상회(미용 재료도 팔고, 미용사 알선도 해주는 곳)에 들렀다. 그동안 자금과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용사를 미리 구하지 못 했지만 내일 개업하니 일류 미용사를 구해달라고 하였다. “내일이요? 세상에 내일 개업할 사람이 오늘 일류 미용사를 구하다니, 일류 미용사가 얼마나 귀한데….” 하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비웃었다. 그렇다, 보통 미용사도 아니고, 일류 미용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인간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나는 주님께 대한 믿음을 가지고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도하며 일류 미용사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아주머니,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감나무를 쳐다만 보면서 홍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거나 다름없는 무의미한 짓이에요. 연락처를 주고 가시면 연락을 해줄 테니, 가서 기다리고 계셨다가 일류 미용사가 나올 때까지 개업을 조금 더 연장하든가, 꼭 해야 한다면 보통 미용사 데리고 하세요.”

미용 재료상 주인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래도 나는 “주님, 믿습니다. 당신이 좋은 일류 미용사를 보내주실 거라고요.”라고 하자마자 어떤 아가씨가 들어오더니 “일류 미용사 구하는 데 있어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오! 하느님, 당신은 역시 이 죄인의 기도를 들어주시는군요.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께 감사를 드리고 나는 즉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아가씨, 우리 집에 가요.” 하고 같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예정대로 개업하는데 차질이 없게 되었다. 그녀는 일찍 결혼하여 두 딸을 둔 가정주부였는데, 광주 양동에서 미용실을 7년이나 경영하다가 기술을 더 배우기 위하여 서울로 올라가, 명동에서 취직하여 일하다가 일류 기술자가 되어 어제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계획이 있던 것이 아닌데 갑자기 내려오고 싶어 서울에서의 삶을 급하게 정리하고 왔다고 했다. 그녀의 생각과 계획이 바뀐 것은 그녀의 생각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보내주시기 위한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걸 즉시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아이들이 있는 광주 집에 내려왔지만, 아이들과 쉬지도 못한 채 나주에 내려와 나와 함께 바로 일하게 되었는데, 우리는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363. 너무나도 배우고 싶은 욕망에

 

전에 내가 미용실을 경영했을 때는 고데기로 머리를 했지만, 이제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하게 되어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나는 드라이를 해보지 않았기에 배우고 싶어 “나 드라이 좀 가르쳐줘.”라고 했더니, 미용사는 너무나 쌀쌀맞게 “언니, 누가 배워서 한대요? 하는 것 보면서 하는 거지.”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속으로 ‘보기만 해서 할 것 같으면 어떻게 학원이 존재할 수 있어, 자기가 직접 손으로 해보아야만 기 을 익힐 수 있으니까 배우는 사람이 있고, 학원이 있고, 강사가 있는 거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얼른 ‘아니야, 미용사의 그 말을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무색할 수도,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주님께서 빨리 배우라는 사랑의 신호를 주신 거야. 그래 맞아, 이 미용사가 감히 할 수 없는 그런 말을 나에게 할 사람이 아니야.’ 하고 생각하면서 ‘그래요, 주님, 당신의 뜻을 잘 알아들었으니 그대로 할게요.’ 하고 밖을 보니 화장품 판매원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불렀더니 화장품을 살 줄 알고 좋아서 들어왔다.

내가 의자에 그녀를 앉히고 머리를 해준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싫다고 하다가 “그래, 한 번 해봐요.” 하고 머리를 맡겨주었다. 처음으로 드라이기를 잡고 하자니 무겁기도 하고 손에 익지 않아 힘이 들기도 했지만, “주님이 함께해주세요.” 하고 기도하고 의탁하며 그동안 눈동냥으로 봤던 것을 토대로 정성스럽게 첫 번째 머리를 연습하였다.

머리가 끝나고 나서 그녀는 너무나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 하고 소리를 질러 머리가 잘못되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무척 놀랐다. “오, 주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님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눈이 동그래져 그녀를 바라보면서 “잘못되었어요?” 하자 “내가 이런 머리를 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수많은 미용실을 다녀보았지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광주 충장로에 있는 일류 미용실에도 가보았지만 이렇게 마음에 드는 머리를 하는 곳이 없었는데 이제는 내 머리 걱정 안 해도 되겠네. 고마워요!”라고 하였다.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아하면서 그때 당시 드라이는 1,000원이었는데 그의 5배나 되는 5,000원을 내는 것이 아닌가.

한 번도 드라이를 배운 적 없는 내게 주님께서 능력의 손을 펼치시어 그 어디에서도 만족할 수 없던 그녀의 마음에 쏙 들게 만들어 주셨음에, 그리고 부족한 이 죄인의 손을 통해 그녀에게 기쁨을 선사해 주셨다는 사실에 주님께 감사하여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누가 볼세라 얼른 닦아냈다.

“아니, 돈을 주시다니요. 오히려 제가 연습했으니 모델값을 드려야지요.” 하고 돈을 돌려주었더니 머리 값 대신이라며 빵이며 과자, 과일을 사다 주었는데 오히려 머리값보다 더 많은 것을 주고 갔다. 그녀는 지금까지 하고 싶은 머리를 못 하다가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머리를 할 수가 있게 되어 돈이 얼마가 들든지 아깝지 않다고 하면서 “나 드라이 포기했었어요, 어디서 하든지 맘에 안 들어 머리를 하는 즉시 머리를 감았거든요.”라고 하였다. ‘아, 주님은 참으로 못하시는 일이 없으시구나.’ 하고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오로지 내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렸다.

 

364. 마귀의 성화

 

나는 출퇴근하면서 미용실 일을 하게 되었는데, 매일 미사와 특전 미사, 공식 미사와 교리 시간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하였다. 그런데 미사 때마다 보이지 않는 마귀가 내 어깨나 머리를 짓누르며,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머리가 뒤로 젖혀지기도 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나를 괴롭혔다.

나는 머리카락을 잡힌 곳이나 어깨 눌린 곳을 손으로 또는 묵주로 사정없이 치면서 마음속으로 ‘이제까지는 너희들이 나를 가지고 놀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부터는 너희들에게 절대로 지지 않아. 아무리 방해해도 주님을 떠나는 일이 없을 테니 어림없는 수작 부리지 말고 썩 꺼져!’라고 하면 조용해졌다.

세례받을 때까지 이런 일은 거의 계속되다시피 했다. 마귀는 내가 성당에 다니지 못 하도록 여러 가지 모습과 행동으로 극성을 부렸지만, 그럴 때마다 주님께서 나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켜주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어느 날 미사가 끝나고 나서 어떤 분이 나에게 다가와 “미사 때 왜 어깨를 휘둘렀어요?” 하고 물었다. 미사 때 있었던 일을 말하게 되면 미쳤다고 할 수도,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팔이 조금 이상해서 그랬어요, 분심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하고 쏜살같이 집으로 와버렸다.

 

365. 잃어버린 오토바이는?

 

미용실 영업이 끝날 때쯤 남편이 오토바이로 퇴근을 시켜주기 위하여 저녁이면 미용실로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미용실 건너편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자물쇠를 채운 후 미용실에 딸린 방에 들어와 내가 일을 끝마치기를 기다렸다. 일이 끝난 후 집에 가려고 나와 보니 자물쇠를 채워 둔 오토바이가 없어졌다. 그 오토바이는 남편의 직장에서 내준 농촌지도소 관용 오토바이였기에 너무 놀라 나주 시내 곳곳을 다 돌아다니며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어 즉시 주님께 봉헌했다.

그런데 이틀 후, 나주에서 12Km쯤 떨어진 송정리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녹색 오토바이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예, 그제 잃어버렸어요.” “그럼 빨리 송정리 ××파출소로 나와서 확인해보세요.” 나는 즉시 남편에게 연락하여 같이 파출소로 갔더니, 청소년 둘이 의자에 앉아서 손을 뒤로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확인하니 우리 오토바이가 분명했는데 번호판도 없어져 버렸고, 또 몇 군데를 뜯어고쳐 놓았다. 그 애들에게 물으니 고개만 떨구고 있다가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파출소 직원의 말에 의하면 아이 둘이 훔친 오토바이를 오토바이 센터에 가지고 가서 “형이 준 오토바이인데 용돈 쓰기 위해서 팔려고 왔다.”라고 했는데 번호판도 없고 열쇠도 없이 전선을 연결해 시동 건 것을 보고 수상하게 여긴 가게주인이 신고했다 한다. 이에 출동한 경찰들이 오토바이를 살펴보니 훔친 오토바이가 분명했기에 어제 아이 둘을 파출소로 데리고 와 문초한 결과 나주 미용실 앞에서 훔쳤다고 자백을 하여 확인해 보니 직장 오토바이인 것을 알게 되어 연락한 것이라고 했다.

어린 애들이 얼마나 돈이 쓰고 싶으면 그랬을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애들이 우리 오토바이로 인하여 죄짓게 된 것이 너무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우리가 거기에 오토바이를 세워놓았기에 돈이 필요한 그 애들에게 죄를 짓도록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생각하니 미안하기까지 했다.

나는 이틀간이나 굶었다는 그 애들이 너무나 측은하여 아이들에게 뭐라도 먹이고 싶어 곧바로 밖으로 나가서 가게를 찾아 헤매다가 겨우 찾아 빵과 우유를 넉넉히 사다가 그 애들에게 주니, 그 애들은 쳐다보기만 할 뿐 받지 않았다. “왜 먹기 싫어?” “아니요.” “그럼 왜 안 받아?” 했더니, 파출소 직원이 “수갑을 채웠습니다.” 해서 보니 두 손을 뒤로하여 수갑으로 채워져 나무의자에 앉혀놓았기에 그 자리에서 꼼짝 못 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이틀이나 굶은 아이들이 급하게 먹다가 체하지 않도록 기도하며, 아직 손이 묶여있었기에 빵과 우유를 손수 먹여주면서 다정스럽게 말했다. “너희들 잘못만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야. 이제는 그런 짓 하지 말고 좋은 일 하면서 우리 잘살아 보도록 하자, 응?”이라고 하면서 진심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빵과 우유를 먹여주었더니 그 애들은 울고 있었다.

남편의 직장 오토바이였기에 그대로 둘 수가 없어 원상복구 시키려면 수리비가 많이 들겠지만, ‘수리비 받은 셈 치고’ 파출소 직원에게 “모든 경비는 저희가 전부 부담할게요. 이 애들을 좀 풀어 주세요. 이제는 착하게 살겠다고 약속했으니 나쁜 짓 안 할 거예요.” 했더니 파출소 직원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화 한번 내지도 않고 아이들을 용서하고, 수리비도, 합의금도 받지 않은 채 아이들을 풀어달라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기들끼리 서로 바라보면서 오른 검지를 머리 쪽을 향하여 빙빙 돌리더니, 또 나를 바라보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돌았다고 하면 어때? 하느님 사랑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미쳤다고 한다면 나는 하느님 사랑에 미친 것이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그들로부터 받는 무시와 모욕을 기쁘게 봉헌하면서 주님께서 영광과 찬미와 위로받으시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오히려 나 때문에 그들을 죄짓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 죄송하다고 용서를 청하였다. 그 말에 그들은 불쌍하다는 듯 안쓰러운 눈길로 남편을 쳐다봤지만 내 마음은 주님께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그저 기쁘기만 했다.

“오토바이를 고치려면 돈이 들어갈 텐데, 그 돈이라도 받아내야지.” 또는 “그런 도둑놈을 용서해줬어? 따끔하게 버릇을 좀 고쳐 놓아야지.” 등 주변에서 말이 많았지만, 누가 그 아이들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어떻게 해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일이며 주님 앞에 우리는 모두 죄인일진대 그 누구를 단죄하고 용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여! 버림받아 소외당한 아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회개의 은총을 내려주시며, 판단하고 단죄하고 죄지은 모든 이들도 용서해 주시고 당신의 따스한 사랑의 품으로 안아주소서.’

 

366. 친정어머니께 살림을 부탁하고

 

친정어머님은 농사일 때문에 시골에 가셨고, 시어머님이 집에 와 계셨다. 그런데 이틀 후 나는 토사곽란이 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멀리 있는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첫 돌이 지난 막내 아이가 보채는데도 시어머님이 보이지 않아, 셋째 아이에게 할머니 어디 가셨느냐고 물었더니 “안집 애기 목욕시켜요.”라고 했다. 나는 아무것도 먹지도 못한 채 위로 아래로 다 쏟아내느라 멀리 떨어져 있는 화장실을 얼마나 수없이 들락날락했는지 기진맥진하여 있었기에 보채는 아이의 시중을 들어줄 수가 없어 더욱 고통스러웠다. ‘아이 목욕을 끝내면 오시겠지.’ 생각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시어머니는 점심때가 지나도 오시지 않았다. 아이들 밥도 먹이지 못하면서 먹인 셈 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마음이 서글퍼졌다.

그런데 다음날, 안집 새댁이 나에게 느닷없이 “얼마나 좋으세요?”라고 하였다. “뭐가요?” “시어머님 잘 만나서요. 세상에, 그렇게 좋은 시어머님은 세상에 없을 거예요.” 그래서 내가 수긍한 것처럼 “그래요.” 했더니 “어제는 손수 물 데워 우리 아기 목욕도 시켜주시고 우유도 먹여주시며, 내가 입맛이 없어서 밥을 조금 먹었더니 점심 잡수시고 나서는 글쎄 오후에 녹두 삶아 걸러서 죽을 쑤어 주시잖아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 그러셨구나. 우리 아이들 밥도 먹지 못하여 배고파할 때 안집 아이 목욕시켜 주시고 우유 먹여주시며 내가 토사곽란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앓고 있을 때 건강한 안집 새댁 녹두죽을 끓여 주시느라고 우리 아이들 보지도 않고 광주 시댁으로 가셨던 거구나.’

시어머님을 통해 내가 섭섭함을 느끼도록 마귀가 충동질시키는 일이었지만, ‘내 아이들과 나에게 해주신 셈 치자.’ 하고 봉헌하니 안집에 베풀어 주신 사랑에 고마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안집 할머니는 장사 나가셔서 집에 계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집 할머니는 며느리에게 “옆방 새댁만 닮도록 해라.”라고 하시며 우리에게 아주 잘해주셔서 어떤 때는 새댁에게 미안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더욱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집에서 살림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 내 앞에 놓여 있었기에, 친정어머니에게 “삼촌도 합격했으니 이제 농사 그만 지으시고 집에서 살림이나 좀 해주세요. 어머니가 살림하실 때 내가 돈을 벌면 되지 않아요.” 하고 사정하여 친정어머니께서 살림을 맡아서 해주시기로 했다.

 

367.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내가 예비자로 하느님의 참된 자녀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 하느님의 사랑에 도취하여 충만한 기쁨 중에 있었기에 세상은 온통 무지갯빛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였고, 내 마음엔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기쁨과 설렘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오, 나를 사랑으로 죄악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주신 하느님 아버지! 저의 이 기쁨과 사랑과 평화를 영원히 잘 보존케 하시며, 마귀에게 이 기쁨을 빼앗기지 않도록 잘 관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 기쁨을 시기한 악의 세력은 질투의 독기를 뿜어내며, 내가 하느님을 믿지 못하게 하고 자기들의 편으로 만들려고 정신없이 날뛰면서 성당에서도, 집에서도, 미용실에서도, 사람을 통해서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사탄의 이 괴롭힘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님으로부터 얻으려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님께 기도했는데, 그때 오! 나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딸아! 내가 너를 사랑하여 용광로에 단련을 시켜 도구로 사용하고자 하였기에 내 사랑에 비례하여 사탄은 너를 괴롭히고 유혹하여 성당에 다니지 못 하게 하기 위해 기승을 부릴 것이나 걱정하지 말고 깨어 있어라.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니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말씀이 끝나시자 나는 너무 놀라 “주님, 이제 저는 온전히 당신의 것입니다. 죽든지 살든지 오로지 당신 뜻에 맡기나이다.” 하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함께 기도하던 남편에게 “당신, 지금 예수님 목소리 들었어요?” 하니 “아니, 예수님이 말씀하셨어?” 하는 것이 아닌가! 남편이 들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내가 성당 다니면서 어떤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거나 설사 성당 안 간다고 떼를 쓰더라도, 그것은 내 본심이 아니고 마귀의 짓이니 당신이 어떤 방법을 쓰든지 강제로라도 나를 주님께 데려가야 해요. 제 말뜻 알 수 있지요?”라고 했더니 남편은 내가 한 말뜻을 금방 알아들었다.

그러나 남편은 “당신같이 열심한 사람이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소?”라고 하기에 나는 “아니에요. 마귀도 죽은 사람을 살리거나 성체 기적만 할 수 없지 다른 것은 다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사람은 누구든지 장담할 수 없는 거예요, 완전하신 분은 하느님밖에 없대요. 만에 하나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하니까요.”라고 했더니 “그래, 알았어.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을 못 하겠소.” 하고 대답했다.

우리는 아침부터 주님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가 남편은 직장에 출근하고, 나는 미용실로 출근하였다. 나는 너무 기뻤다.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온통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머리를 자르면서 ‘이 사람의 잘라내는 머리카락 수만큼 예수님께서 악습을 잘라 내주시고, 머리를 만지면서도 이 사람의 영혼까지 아름답게 만져주세요.’라고 기도하면서 하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368. 내 도장을 찍어주었더니

 

1980년 미용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피어리스 화장품 대리점을 하고 있던 작은외숙의 둘째 아들인 외사촌 동생이 찾아와서 당장 50만 원만 빌려달라고 하여 “얘야, 나도 빚 얻어서 미용실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많은 돈이 있겠느냐?”라고 했더니 “그럼 누나, 신협 전무님한테 돈 50만 원만 빌려 달라고 해봐, 응? 나 지금 굉장히 급해서 그래. 내일 꼭 갚을게.”라고 했다.

나는 내일 돈을 갚는다는 말에 내가 돈 없어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며 “그래? 그럼 전무님께 한 번 가보자.” 하고 신협에 가서 “전무님! 내일 갚을 테니 돈 50만 원만 빌릴 수 있을까요?” 했더니 “그렇게 하세요. 그 대신 도장을 가지고 오실래요?” 하셨다. 동생에게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조금 후에 동생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누나, 누나 도장이라야 한대.”라고 하여 선뜻 내 도장을 내주었다. 그런데 그 이튿날, 빌린 돈을 바로 갚겠다고 약속했던 동생은 아무리 전화를 하고 대리점에 찾아가도 소식이 없더니, 오후 늦게야 “누나, 미안해 내일은 꼭 갚을게.”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까지 내가 살아오는 동안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는 나는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는데, 50만 원을 빌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미용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는 집도 별로 없고, 남의 이야기를 하며 헐뜯는 모습들이 너무 싫어서 평소에 누구를 사귀고 살지도 않았기에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웠던 것이다. 어떤 집에서는 5만 원, 3만 원, 오천 원, 이렇게 조금씩 겨우겨우 빌려 신협에 50만 원을 갚았다.

동생의 말을 그대로 믿고 내 이름으로 빌려준 돈을 갚기 위해 손님을 받아야 할 내가 손님도 받지 못한 채, 매일 돈을 빌리러 다니다가 너무 신경을 썼는지 신장까지 나빠져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바로 돈을 갚을 줄 알았던 동생은 매일 내일 갚겠다는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러기를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그 동생은 갑자기 사색이 되어 미용실에 뛰어 들어와 “누나, 누나! 큰일 났어. 지금 50만 원이 없으면 피어리스 대리점이 넘어가게 돼. 그러니 누나 달러-돈 좀 빌려다 줘, 그럼 내일 100만 원 다 갚을게.”라고 하였다.

그동안 그 동생이 빌린 돈 갚아 내느라고 바보처럼 미용실 손님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돈 빌리러 다니면서 그렇게 힘들었는데, 큰일 났다며 사색이 되어 달려온 그 애를 보자 너무 안쓰러워 나의 처지는 금세 잊고 달러 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손님에게 물어서 돈 50만 원을 또 빌려다 주었다.

이제까지 내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나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쌀 한 번 빌려달라는 부탁한 적이 없고, 아이들을 굶기기까지 하면서도 아쉬운 소리 한 번 못 해본 내가, 외사촌 동생 때문에 이집 저집 문전 다니면서 돈 빌리던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차라리 내일, 내일 하지 말고, 어려우니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으면 적금을 넣어 대출이라도 받았을 텐데…. 그 많은 돈을 다 갚기까지는 너무나 긴 날들이었다.

그동안 시어머님 때문에도 여기저기 빌리러 다닌 날이 허다했지만,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힘든 일이었다.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었다면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나에게 와서 돈을 빌려 달라고 할까?’ 하고 생각하니 불쌍하고 안쓰럽게만 생각되어 내가 부끄럽고 힘든 것들은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369. 합승했던 남자가 갑자기

 

광주에 다녀오는데 시간이 늦어 충장로에서 나주 가는 합승 택시를 탔다. 그때 뒷좌석에 앉아있던 어떤 남자가 갑자기 뛰어나가기에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저리 도망치듯 나가나?’ 하고 그 사람을 무심코 쳐다보게 되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나에게 돈을 빌린 외사촌 동생이 아닌가. 나는 놀라 달려나가 그를 붙들었다. 그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그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길영아! 도망가지 말고 차 타! 괜찮아, 어서 이리 와! 돈은 갚을 수 있을 때 갚아. 없는 돈 어떻게 하겠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자!”

내일 갚겠다고 달라 돈까지 빌려달라고 사정하더니, 그 이튿날 소식이 없어 대리점으로 찾아가 보니 이미 대리점 셔터 문은 내려져 있었다. 동생은 그렇게 자취를 감추었는데, 몇 달 만에 생각지도 못하게 누나를 만나게 되어 놀라 도망을 가던 참이었다. 나는 그 동생을 우리 집으로 데려와 이것저것 먹이면서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누나랑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어. 누나, 걱정하지 마, 내가 성당에 나가게 되면 누나보다 더 열심히 할 거야. 누나,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 누나한테 자주 와도 되지? 나는 누나가 너무 좋아. 세상에 누나밖에 없어.” “그래, 이제부터라도 우리 열심히 일하며 잘살아 보자, 응?” “알았어, 누나.”

그 당시 신협에서 빌린 370만 원으로 미용실을 시작했던 나는 그 애의 빚까지 갚느라고 그동안 무척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전혀 티 내지 않았다. 내가 힘들다고 해서 없는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없는 돈이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죄인들의 회개만을 바라시며 당신의 목숨을 다 내어놓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나도 그저 사촌 동생이 하루빨리 회개하여 주님께 돌아오기만을 간구했다.

 

370. “너는 이미 용서를 받았다.”

 

우리 부부는 예비자였기에 성체를 영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까지 매일 미사에 한 번도 빠져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미사 30분 전에 도착하여 합당한 마음의 준비를 하곤 했는데, 그날따라 7시가 다 되었는데도 미사 갈 준비는커녕 그대로 있는 나에게 남편은 “여보, 미사 가야지?” 했다. “나 성당 안 가요.” “무슨 말이야? 농담 그만하고 빨리 성당 가세.” “나 성당 안 간다니까요.” “갑자기 왜 그래? 어서 준비해. 이러다 늦겠어.” “당신이나 가세요.”

“왜 나 혼자가? 당신 없는 성당엘 내가 왜 혼자 간당가, 이 사람아. 어서 준비해.” 하면서 미사 책과 성가 책, 미사 보를 나에게 건네주는데, “필요 없어요. 나 안 간다니까요.” “여보, 내가 양말 신겨줄게, 응? 발 이리 내놔.” 나는 발을 감추었지만, 남편은 기어코 양말을 신기고 옷을 입혀서 성당에 데리고 나갔다. 갑자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성당이 싫고 모두가 싫었다.

이제까지 잘살아 보겠다고 몸부림치며 살아왔던 나의 과거를 생각할 때,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픔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끌려가다시피 성당에 들어갔는데, 성당에 들어간 그 순간 내 눈앞에 십자가가 크게, 아주 크게 보였다. 나의 눈은 고통 중에 신음하고 계신 예수님의 처절한 눈과 마주쳤다. “오, 예수님, 저를 사랑하셔서 저를 죽음에서 구해주신 나의 예수님!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다음엔 안 그럴게요, 네? 용서해 주시는 거죠?”

처절하게 보였던 예수님의 그 눈은 어느새 사랑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정답고 자비로운 따스한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때 “그래, 딸아! 너는 이미 용서를 받았다. 늘 용기를 잃지 말고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하시는 다정스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그제야 나는 제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평소에 불만에 싸여있는 것도 아니었고, 주님께 더 못해 드려서 늘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갑자기 성당에 오기 싫어진 것은 마귀가 하느님과의 사랑에서 나를 끊어놓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음을 깨달은 나는 미사가 어느 때 보다 더 즐겁고 정겹고 행복했다.

세례를 받지 않았기에 비록 성체를 모시지는 못했지만, 주님이 함께 계시니 무엇이 두려울 것이 있으며, 무엇이 부러울 것이 있겠으며, 무엇이 무섭겠는가! 그날 미사 동안에 화가 난 마귀는 더욱 심하게 나의 어깨며, 머리며, 온몸을 눌러대더니 나중에는 머리카락까지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그래, 너희들 마음대로 해봐라, 내가 끄떡이나 하나. 이제 나는 주님의 것이야, 썩 꺼져!’ 하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미사 참례하고 집에 돌아와서 남편은 “여보, 어때? 미사 가길 잘했지?”라고 하여 나는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쑥스럽게 “미안해요, 당신이 나를 그렇게라도 데리고 나가지 않았더라면 마귀가 얼마나 좋아했겠어요? 고마워요.”라고 했더니

“아니야, 당신이 먼저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잖아. 그런 일이 있을 줄 아시고 당신을 사랑하시는 주님은 당신 입을 통해서 미리 예언적인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야. 당신이 아침에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그렇게 억지로 끌고 갔겠나? 당신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내 본심이 아니라 마귀의 짓이니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요령껏 데리고 가라는 당신의 말대로 했을 뿐이야.

아, 마귀의 행동 정말 지독하지? 어떻게 그렇게 열심한 당신의 마음을 한순간에 그렇게 만들었대? 우리 이제 마귀에게 절대로 지지 말자.”라고 하는 남편의 말에 “그래요, 정말 그래요. 우리 항상 깨어 있읍시다.” 하고 말하며 우리는 함께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하마터면 마귀에게 밥을 주어 하느님과의 사랑이 끊어질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하니 끔찍하고 아찔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잘해 나가야 하겠다고 주님 앞에 새롭게 결심했다.

‘오, 나의 주님이시여! 불쌍하고 보잘것없는 이 죄녀를 그렇게도 많이 사랑하시어 가물거리던 사랑의 불씨에 풍요로운 섶을 가해 성령의 열기를 일으켜 사랑의 불을 활활 붙여주셨나이까! 늘 부족하오나 당신의 강복으로 승화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