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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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5월 22일

뜻밖의 형제에게 걸려온 전화
 

광주 최 요셉 베드로 형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신부님! 내일 나주에 한 번 가십시다"  

"나주는 왜?"

"신부님, 잊으셨습니까? 눈물과 피눈물을 흘리시는 나주 성모님을 뵈오려 가자고 했지 않습니까?"

"아! 알았어요. 내일은 바빠서 안되고 모래나 가지요"

다짜고짜 다그치는 바람에 대답은 했지만 왠지 마음이 석연치 않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주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고 급기야는 모래까지 기다릴 수 없도록 내 마음이 다급해졌기에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아니야" 아무리 도리질을 해봐도 절제가 되질 않았다. 결국 그 형제에게 전화해서

"내일 나주에 갑시다" 하며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었다.

 

1991년 5월 23일

성모님의 눈물을 목격하다.
 

어제 약속한 그 형제의 안내로 성모님의 집에 도착하여 나는 "성모님! 제 믿음이 부족하오니 더욱 성모님께 사랑과 존경을 드릴 수 있도록 완고한 제 마음을 열어 주시고 저를 인도하여 주소서."하고 온 마음을 다하여 기도 드렸다.

그리고 눈물 흘리신 성모님 상 앞으로 다가가 성모님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성모님 상의 눈에서 눈물 방울을 발견한 것이다. 마치 하얀 비늘 같은 것이 생기더니 점점 눈물 방울이 크게 되어 맺히기에 꿈인가? 생시인가? 하고 놀란 나는 묵주에 달린 십자가를 성모님 뺨에 살짝 댔다. 그랬더니 이내 눈물 방울이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 내리는 것이 아닌가! '나의 어리석고 미약한 믿음과 잘못 살아 왔으면서도 잘못 살아온 줄도 모르며 살아온 나 때문에 성모님께서 눈물을 흘리신다' 라고 생각하니 내 눈에서도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그 때 나의 지나간 20여 년의 사제 생활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면서 잘못 살아온 지난 날들이 부끄러운 아픔으로 느껴져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콧물은 바로 회개의 눈물이었다.

바로 그 때 안집에 있던 율리아 자매가 나와서 나를 위해 기도하여 준 후 그 자리에 쓰러졌다. 30분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는 것을 본 나는 놀랐지만 그 모습을 지켜본 이들이 "아마 자매님이 지금 메시지를 받고 계신 모양인데요." 하며 안집으로 옮기자고 하여 몇 사람이 들어 옮기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양 팔, 두 다리 그리고 목에 누군가에 의해 할퀴어진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기에 놀랐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사탄의 공격을 받아 그런 상처가 생겼던 것이었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기에 두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성인전에서 읽었던 성 요한 보스꼬와 성 비안네가 사탄의 공격을 받아 싸웠다던 이야기들이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이제까지의 내 삶 중에서 가장 큰 은총의 날이요, 축복의 날인 것 같다. 성모님을 통해서 나를 다시 찾은 날이며 내가 새로 거듭나는 날이기도 하다. 나주 성모님께서 4년 전부터 나를 부르셨건만 응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아직 깨어있지 못했음이요 눈멀고 귀멀음이었으리라. 세속적인 취미와 욕망에 눈이 어두웠기 때문에 성모님의 눈물과 피눈물의 의미를 몰랐을 뿐더러 그 의미를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망나니 같은 나에게 어머니의 눈물을 직접 보여주시고 메시지까지 주시다니!

"나는 사랑에 목마르고 굶주리고 허기져서 헤매는 영혼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어 주고자 작은 도구로 너희를 불렀으니 더욱 겸손하게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나를 따라 사랑의 메시지를 실천하고 또한 온 세상 모든 자녀들에게 나의 불타는 성심의 사랑을 전할 때 고통도 따르겠지만 금은 불속에서 정련이 되듯이 너희 영혼도 정련되어 더욱 강하게 될 것이며 함께 일치하여 나를 따른다면 종속에 너의 잃음이 나를 얻음으로 영원히 기뻐하게 될 것이다." "부족한 너희를 통하여 사랑의 기적을 행하고자 하는 나의 사랑을 온 힘을 다하여 일치 안에서 이루도록 노력하여라. 나는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어머니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계셨는지를 오늘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어머니! 그만 우세요. 당신의 눈물은 오로지 저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 어머니의 말씀따라 작은 도구로서의 의무를 다 하겠습니다." 하고 다짐하며 이 날부터 나의 온 삶이 바뀌어졌다.

세속적인 삶에서 성령의 삶으로, 세속적인 취미 생활에서 기도와 감사의 생활로 옮아가는 빠스카 신비를 체험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