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2월 5일 밤 12시
25분
숨소리 나는 다락방
방금 율리아 자매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자매의 다락방에서 사람의 숨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정말이다. 전화로 들릴 정도로 숨을 쉬는 소리가 컸다. 전에 예수 성심상과 성모님 상을 모시고 있었던 옷장 위에서 들려온다는
것이다. 그 곳에서 예수님 메시지도 받은 적이 있었기에 나는 대답했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숨소리일 것입니다. 지금 자매님은 예수님과 성모님과
함께 하시는 겁니다. 축하해요." 하는데 자매님은 다시 말했다.
"신부님! 이제는 발자국 소리도 나요. 몸이 아주 가벼워진 것을 보니
예수님이 틀림없는 것 같아요. 신부님, 처음에는 무서워서 아들 필립보와 함께 잘까? 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지금은 편안해지니 그냥 잘래요.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 안에서 안녕히 주무세요."
1993년 2월 7일
첫 토요일을 지키라고 한
이유
율리아 자매는 첫토요일 철야기도회 때 성모님 상이 있는 쪽에서
"꿀꺽꿀꺽…" 하고 젖먹는 소리를 묵주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들었는데 기도가 끝나고보니 성모님의 눈에는 눈물이 범벅이 된 듯 했다
한다.
"그것은 분명 첫토요일에 참석한 자녀들에게 먹여주시는 성모님의 영적인
젖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자매는 말했다.
그리고 그날 성모님께서는 첫토요일을 지키라고 하신 이유에 대하여 자세하게
말씀해 주셨다 한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중요한 메시지이기에 최소한 간략하게 간추려 본다.
"오늘 첫 토요일을 지키라고 한 이유를 알려
주겠다. 내가 아들 예수를 잃고 예수 없이 홀로 남은 길고 긴 날, 이날은 나에게 참혹한 고통의 날이었다. 그 고통의 시간들은 내 아들의 죽음과
부활 사이를 통과하는 시각을 나타내는 날이기도 하며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날이기도 하기에 이 밤을 나와 함께 기도하자고 한 것이다.
너희 모두를 사랑하는 이 어머니는 매월 첫 토요일에
나와 함께 기도하는 자녀들에게 특별한 사랑으로써 예루살렘의 다락방에서 사도들과 함께 있으면서 기도한 것처럼 항상 너희와 함께 할 것이며 영적인
나의 사랑의 젖을 줄 것인데 나를 받아들여 그 젖을 먹는 자녀는 회개의 은총을 얻어 평온함을 얻을 것이며 내 사랑의 큰 위로를 받아 어떠한
시련도 잘 이겨낼 것이다.
너희들이 계속해서 첫 토요일을 잘 지키고 내가
너희에게 요구한 것을 그대로 행한다면 너희가 중재자인 이 어머니에게 청하는 모든 은총을 내려줄 것이며 임종의 순간에 특별한 보호와 영원한 구원에
필요한 은총을 받아 마리아의 구원방주에 태우고 하늘 항구까지 데리고 가 주님께 봉헌해 주리라.
이 날은 진정한 고해성사와 거룩한 미사에 참례하고
영성체로써 주님과 함께 일치하고 신성이 담긴 성서를 가까이 하여 복음을 묵상하고 주님의 마음을 상해드린 배은망덕을 사랑으로 기워갚고 희생과
보속의 마음으로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여라.
그리고 티없는 나의 성심에 잘 봉헌하며 정성껏
로사리오를 바치고 그 신비를 깊이 묵상하며 온전한 신뢰로써 겸손하고 유순하게 모든 것을 잘 받아들여 작은 자로서 불타는 나의 성심안에 살도록
하여라."(1993. 2. 6)
어머니시여! 그대로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93년 3월10일
봉헌 못한 나 때문에 보속 고통을
받다.
지금 율리아 자매는 나 때문에, 나를 위하여 고통을 받고 있다. 아주
심한 기침과 함께 몸을 가눌 수 조차도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 기침약도 소용이 없고 주사도 듣지를 않았다.
작년에 담배를 봉헌했던 내가 봉헌을 깨뜨리고 버젓이 담배를 피웠다가 율리아
자매가 나를 위해 3일간 입안 전체와 혀, 목까지 헐고 패이며 여러군데 누런 농이 든 염증과 구멍이 뚫리는 고통을 받았으나 내가 가슴을 치며
"내 탓이다"라고 회개했을 때 그 순간 정상으로 돌아온 적이 있는데 이 번에는 술을 한두 잔으로 줄이기로 봉헌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속적인 방법으로
술 마시기 시합을 했던 것이다. 화투를 치면서 승자는 축하주로 한 잔씩 마시기로 했는데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많이 마신 나머지 혀가 잘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 되었던 것이다. 성모님께 봉헌한 사람이 완전히 세속 사람처럼 행동한 사실을 알게 된 율리아 자매가 이 부족하고 죄 많은 사제를 위해
고통을 청했던 것이다.
나는 2년 전 나주 성모님의 집에서 눈물과 피눈물 흘리신 성모님을 뵙고 그
앞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 때부터 나의 생활이 많이 변화되었고 성모님의 메시지 말씀대로 잘 살아 보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가끔 깨어있지
못할 때는 세속적인 호기심과 이기심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부족하고 미약한 자신의 방심을 다시 주님께 사죄하고 성모님께
의탁하면서 새롭게 봉헌했다.
오늘도 또다시 가슴을 치면서 내 탓이라고 잘못을 뉘우침과 동시에 율리아
자매의 고통이 사라졌다. 주님과 성모님께 죄송하고 율리아 자매에게 미안했지만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실수를 통하여 겸손으로 이끄시는 성모님께
다가가리라.
성모님께서도
"너의 매일의 서투른 잘못을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그리고 언짢게
화를 내거나 변명하지 말고 나에게 의탁하여라. 오히려 그것이 너를 겸손하게 해 줄 것이다. 네 마음이 아주 작은 일에도 괴로워하며 나와 더불어
같은 느낌을 느끼기 시작할 때 나를 채워준다."(87. 7. 15)
"누구는 자격이 있다더냐? 주님의 뜻대로 살려고
하는 마음과 잘못을 할지라도 뉘우치고 주님 앞에 눈물로 회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87.
2. 25)
사순절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반성하고 부활절 날 새롭게 부활할 것을 기약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