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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9월 14일

태아의 생명 보호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의 20주년 기념 심포지움이 오늘 저녁 7시 30분부터 광주 가톨릭 대학 강당에서 있었다.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 (창세기 3장 9절)를 주제로 "반성과 새로운 시작"을 부제로 한 오늘 강의는 서강 대학 정 양모 신부님이 해주셨고 토론은 몇몇 신부와 수녀 평신도 몇 명이 함께 하였다.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사제로서 이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얼마나 함께 나누고 있으며 우리 자신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참으로 시대적 징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에 대하여 진솔하게 반성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교회 장상들과 마찰도 없지 않았다.  

나도 암울했던 시기인 1970년대 초부터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정의구현 사제단의 최선봉에 서서 강자들의 횡포에 대항할 때도 있었다. 함평 고구마 사건, 오 원춘 사건, 지 학순 주교 투옥사건, 최 기식 신부 미 문화원 사건, 5. 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주로 정치, 사회 문제에 주력했다.

최근에 박 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 문제로 성직자들 간에 비난과 지나친 언동으로 평신도들에게 혼란과 스캔달을 주지 않았나 염려된다.

정의 구현 사제단 간부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한 가지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떤 사건이든지 결론을 내릴 때는 정확한 정보를 수집 검토하고 보다 심사숙고하여 결정 했으면 하고 말이다. 예를 들면 미리내 상주 데레사의 묵시에 대한 진위를 가려내는 과정에서 나주 윤 율리아에 대해서는 알아보지도 않은 채 도매금으로 매도한 점을 비추어볼 때 너무 경솔했지 않았나 생각된다. 따라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사제들은 비판을 하되 올바르게 해야 하며 책임질 수 있는 발언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광주 염주동 본당에서는 금년에 「쇄신하며 성장하는 가정 공동체의 해」를 맞아 가정의 생명 수호 차원에서 생명 경시 풍조로 일어나고 있는 태아 낙태 배격 운동의 일환으로 「태아의 생명 보호는 하느님의 생명 보호」라는 기치 아래 10주 동안 태아 발바닥 뱃지 달아주기와 묵주 기도 100만 단을 봉헌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6천여 교우들이 참여하여 묵주 기도는 8월 말 현재 21만 단이 봉헌되었다.

특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낙태법 철폐와 카이로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인구 개발 회의에서 낙태 합법화 시도를 막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성모님께서 "낙태는 살인이다." 라고 말씀하셨고 또 교황님께서도 "낙태는 살인이다"라고 강력하게 말씀을 하셨으며 바티칸에서도 국제 회의에서 낙태 합법화를 위해 압력을 가한 미 행정부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규탄했으며 또 그것을 철회하지 않는 한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 때 큰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동아 일보 일 면에 '인구 억제 수단 落胎 헌장 권장 말라' 유엔 인구 회의「카이로 文書」채택 폐막… 즉 로마 교황청과 이슬람 국가들의 주장을 일부 반영하여 낙태를 가족 계획의 수단으로 권장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카이로 문서」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나주 윤 율리아 자매가 90년 미 백악관에 초청받아 부시 대통령직속 보좌관과 비서관들 20여명에게 "낙태는 살인이다"라고 말씀하신 나주 성모님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는데 1988년 7월 29일 나주 성모님 메시지를 보면 낙태의 죄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무자비하게 살인을 하면서도 살인자라는 것을 모르기에 불쌍하게도 지옥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부모가 받아야 할 크나큰 형벌을 어린 생명들이 받아야만 하다니, 이건 너무나 혹독한 형벌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죄없는 어린 생명, 하느님께서 주신 고귀한 생명을 무참히도 짓밟아 버리고 잔인하게도 짓이기고 뭉개서 찢어 죽여야만 했던 부모들의 무지한 소치와 무관심에서 나는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 어린 생명이 모태에서 생길 때부터 이미 그것은 핏덩이가 아니라 생명이 흐른다는 것을 모두에게 전해다오."

율리아 자매의 '낙태 보속 고통'을 여러 번 목격했는데 어쩔땐 배가 갑자기 남산처럼 불러오며 배가 찢어질 듯 아픈 고통을 옆에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한 해 보고된 숫자만 150만명 이상이 낙태로 부모 스스로 자식을 죽이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94년 9월 15일

가난하고 겸손한 마리아 사제들
 

마리아 사제 운동의 다락방 모임에 참석하고자 6시 30분 첫 차를 타고 대구 삼덕동 성당에 갔다.

최 봉도 신부님 사제관에서 대구 교구 사제 5명과 함께 모임을 가졌는데 오늘은 곱비 신부님이 내적 영감으로 받으신 메시지 (1993년 6월 19일) "나의 사업"에 대해서 두 번 읽고 느낀 바 소감을 나누었다. 여기서 "나의 사업이란 이 마지막 시대에 내가 세상 전역에서 수행하고 있는 것이며 사업을 일으키는 목적은 티없는 성심의 개선(凱旋)에 있으며 예수님과 그 분의 복음 및 교황과 그와 일치하는 교회에 충실하게 남아있을 소수의 사람들을 사방에서 모으려는 데 있다."라고 하신다.  

불리운 자는 많지만 간택된 자는 적다. 광주 대교구에는 마리아 사제 운동하는 사제들이 없기에 다락방 모임을 가질 수 없어 아쉽다.

오늘 대구 모임에 온 것은 앞으로 광주 교구에서도 다락방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서였는데 여러 좋은 자료들을 얻을 수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염둥이, 가장 사랑하는 사제들이 천상의 어머님의 뜻에 따라 마리아 사제 운동에 동참하길 바라며 성모님을 통한 주님의 사도들이 많이 나오길 기도한다.

가난하고 겸손하게 작은 자의 사랑의 길을 걷는 사제들이야말로 성모님을 통하여 예수님께로 가는 작은 영혼들일 것이다.